아주 먼 옛날 어느 마을에 지지리도 복이 없는 총각이 살았어.
“아, 나처럼 지지리도 복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야. 부모 형제도 없는 외톨이에 돈 한 푼 없이 가난해. 게다가 뭐 하나 잘 되는 일도 없잖아? 이번 농사도 또 망쳤는데, 소, 돼지마저 다 죽었으니. 이러니 나한테 시집 올 여자도 없지. 휴우.”
그러던 어느 날 한숨만 푹 내쉬는 총각을 보고 동네 할아버지가 그러시는 거야.
“여보게, 자네가 타고난 복이 그뿐인 걸 어쩌겠나. 서역에 가서 따질 수도 없고.”
총각은 귀가 번쩍 뜨였어.
‘서역에 가야겠다. 서역에 있는 신선한테 복을 타 와야겠어.’
총각은 당장 봇짐을 둘러메고 길을 떠났어.
“그런데 서역이 어디 있는 거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서쪽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나오겠지.”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덧 날이 저물었어. 마침 외딴집이 있어 하룻밤 묵어가려고 들어갔지. 집주인인 젊은 여자가 밥을 차려주며 어딜 가느냐고 물었어.
“서역으로 복 타러 가는 길이오.”
총각이 밥 한 술 크게 떠서 입에 넣으며 대답했어.
“어머, 그럼 제 부탁도 들어주세요. 저는 결혼만 하면 신랑이 죽어요. 어떤 남자를 만나야 잘 사는지 신선께 꼭 여쭤 봐 주세요.”
총각은 그러겠다며 고개를 끄덕끄덕 했어.
총각이 다시 길을 떠났어. 한참을 가는데 웬 할아버지가 나무 밑에 앉아서 울고 있는 거야. 총각이 다가가니 할아버지가 울음을 그치고 어딜 가느냐고 물어.
“서역으로 복 타러 갑니다.”
총각이 할아버지 옆에 앉으며 대답했어.
“그래, 잘됐군! 내 부탁도 좀 들어주게. 몇 년째 이 나무를 정성껏 길렀는데 꽃 피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네. 어떡해야 꽃을 피울 수 있는지 신선께 꼭 물어 봐 주게.”
총각은 그러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어.
총각은 다시 길을 떠났지. 몇 날 며칠을 지치지도 않고 계속 걸었어. 그런데 이번엔 넓은 강이 나타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