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뉴욕이라는 큰 도시가 있어. 뉴욕 안에는 ‘그리니치 빌리지’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 곳에는 화가들이 많이 살고 있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마을을 ‘예술가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해. 지금부터 이야기할 존시와 수도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사는 화가야.
“존시, 난 비록 낡고 오래 된 건물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수, 나도 그래. 우린 꼭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자!”
수와 존시는 함께 방을 빌려 살고 있었어. 서로 의지하며 서로의 그림을 아껴주는 사이였지.
11월이 되자 찬바람이 불면서 그리니치 빌리지에 폐렴이라는 무서운 병이 유행하기 시작했어.
“콜록, 콜록!”
“존시, 괜찮아? 요즘 폐렴이 유행한다는데…….”
“폐렴에 걸려도 상관없어.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내 그림에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 같지 않아.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존시. 힘을 내. 금방 좋아질 거야.”
하지만 존시가 걸린 감기는 폐렴으로 번지고 말았어.
“병이 나으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존시는 별로 살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에 수는 가슴이 아팠지.
“그, 그럴 리가. 존시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수는 눈물을 닦고 존시가 누워 있는 방으로 들어갔어. 존시는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어.
“서른 하나, 서른, 스물 아홉…….”
“존시, 뭘 보고 있는 거야? 무얼 세고 있니?”
“저 담쟁이덩굴에 매달린 잎을 보고 있어. 저 잎이 다 떨어지면 나도 죽게 될 거야.”
“존시,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담쟁이덩굴 잎은 봄이 되면 다시 싹을 틔우잖아. 너도 곧 건강해질 거야. 약한 소리 하지 마.”
하지만 존시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어. 수는 존시가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 수는 아래층에 사는 베어먼 할아버지를 찾아갔어.
“베어먼 할아버지. 계세요?”
“오, 수! 들어와요.”
“할아버지, 광부를 그리고 싶은데 모델이 되어주실 수 있으세요?”
“허허허. 나 같은 실패한 화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겠다니, 내가 영광이군.”
베어먼 할아버지는 수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 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