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해 봄 제비가 돌아왔단다. 제비는 씨앗 하나를 놀부네 집 마당에 툭 떨어뜨렸지.
“얼씨구나, 박 씨로구나!”
놀부는 덩실덩실 춤을 추더니 얼른 담 밑에 박 씨를 심었어.
이 박도 하루 만에 싹이 나고, 덩굴도 쑥쑥 뻗어 나갔지. 어느새 놀부네 지붕에도 보름달 같은 둥근 박이 주렁주렁 열렸어.
“여보~ 다 여문 것 같은데 얼른 박을 타자고요.”
“히히히. 그럽시다.”
놀부 아내는 발을 동동 구르며 재촉했어. 놀부와 아내는 박을 타기 시작했지.
“슬근슬근 톱질이야! 어기어차 당겨보세. 금은보화 쏟아져라. 슬근슬근 톱질이야!”
드디어 커다란 박이 쩍 갈라졌어.
“어이쿠, 이게 뭐야?”
금은보화가 우르르 쏟아지길 기대했는데 웬 거지 떼가 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거야.
“욕심쟁이 놀부야, 네 집 쌀과 돈, 살림살이는 우리가 가져간다!”
“아이구, 안 돼. 내 꺼, 내꺼야!”
거지들은 놀부의 값진 물건들을 몽땅 긁어 갔어.
“에이, 분하다. 마누라, 걱정 마시오. 아직 박이 남아있으니 얼른 타 봅시다.”
놀부는 벌벌 떠는 아내를 달랜 뒤 두 번째 박을 탔어.
“이번에는 진짜로 부자로 만들어 줄 박 일게야. 슬근슬근 톱질이야! 어기어차 당겨보세!”
이번에는 검은 연기가 치솟으며 박이 쩍 갈라졌어. 놀부 눈앞에 집채만 한 도깨비가 눈을 부라리며 서 있었지.
“네 이놈! 착한 아우를 구박하고 죄 없는 제비 다리를 부러뜨렸으니 네 죄를 알렷다! 도깨비는 커다란 몽둥이를 휘둘러 놀부를 흠씬 때려주었어.
“아이고야, 놀부 살려!”
놀부는 그래도 욕심을 버리지 않았어.
“마누라, 이 박이 제일 크고 누렇게 빛나니 분명 금은보화가 가득할 게요.”
“아이고, 제발 이번에는…….”
벌벌 떨던 놀부 아내도 다시 박 앞에 와 앉았어. 놀부와 아내는 또다시 박을 탔지.
“슬근슬근 톱질이야! 어기어차 당겨보세. 슬근슬근 톱질이야! 어기어차 당겨보세.”
쩌억 소리를 내며 박이 갈라지더니 쏴아아아아아 누런 똥물이 강물처럼 쏟아졌어. 똥물은 그칠 줄 모르고 끝도 없이 흘러나와 놀부네 집을 송두리째 덮쳐 버렸지.
“아이고야, 나는 망했네, 망했어!”
놀부는 정신을 잃고 말았단다. 이 소식을 들은 흥부가 곧 달려왔어.
“형님,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흥부는 놀부를 안아 일으켰어. 흥부의 부인은 놀부 부인을 안아 일으켰지.
“흑흑흑. 내가 정말 미안하구나.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구나.”
“형님, 그런 말씀 마세요. 형님 부부가 다치지 않으셨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아이고, 흥부야!”
놀부는 흥부의 착한 마음에 엉엉 울며 자기 잘못을 깊이 뉘우쳤어.
그 뒤로 흥부와 놀부 형제는 마을에서 제일 사이좋은 형제로 오래오래 함께 살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