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와 놀부 3부

레몽
앨범 : (소리동화 레몽) 흥부와 놀부

“여보, 박 속으로 죽을 끓이고, 껍데기로는 튼튼한 바가지를 만들어 팝시다.”
“그럽시다. 제비가 준 박 씨 덕분에 오랜만에 맛있는 죽을 먹겠구려. 허허허.”
흥부와 아내는 신이 나서 첫 번째 박을 타기 시작했어.
“슬근슬근 톱질이야! 어기어차 당겨보세. 이 박 한 덩이 툭 타서 우리 아들 배불리 먹이세. 슬근슬근 톱질이야!”
그러자 박이 쩍 갈라지면서 와르르 하얀 쌀이 쏟아져 나오는 거야.
“어머나, 쌀 이잖아?”
“헉, 이런. 박에서 쌀이 나오다니. 어서 다음 것도 타 봅시다.”
흥부와 아내는 마주 앉아 두 번째 박을 탔어.
“슬근슬근 톱질이야! 어기어차 당겨보세. 이 박 속에서 쌀 나오니, 무슨 걱정 있으랴. 슬근슬근 톱질이야!”
두 번째 박이 쩍 갈라졌어.
“와, 돈이다 돈!”
“여기봐, 비단도 가득이야!”
아이들이 신 나서 소리쳤어.
“어서, 나머지 박도 타봅시다!”
“슬근슬근 톱질이야! 어기어차 당겨보세. 쌀 생기고 돈 생기니 이번에는 무엇일까. 슬근슬근 톱질이야!”
흥부와 아내는 세 번째 박을 탔어. 이번에는 웬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더니 큰 기와집을 떡하니 지어 놓았어.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이제 우린 부자가 되었구나!”
흥부네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지.
흥부 소식을 들은 놀부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놀부는 잔뜩 샘이 나서 흥부를 찾아왔어.
“네놈이 도둑질을 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렇게 큰 부자가 되었겠느냐!”
놀부는 흥부에게 큰 소리를 쳤어.
“아닙니다. 형님, 지난 봄에 제비 다리를 고쳐주었더니 그 제비가 글쎄, 올 해 다시 와서 박 씨를 주고 갔답니다.”
흥부는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얻은 박 씨 덕분에 부자가 된 이야기를 놀부에게 다 들려주었어.
“그래? 흥, 그렇다면 제비를 먼저 잡으러 가야겠구나.”
욕심 많은 놀부는 산으로 들로 제비를 잡으러 돌아다녔어. 자기 집 처마 밑에 제비 둥지까지 만들어 놓고 말이야. 드디어 제비 한 쌍이 놀부네 처마 밑 둥지에 날아들었어.
“이 놈의 제비들아, 언제쯤 새끼를 낳을 거냐? 어서 낳아라, 어서!”
놀부는 언제 새끼가 나오나 매일매일 들여다봤지.
“지지배배, 지지배배”
마침내 새끼 제비가 나왔어. 이제 제비 다리가 부러져야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구렁이는 오지 않고 새끼 제비도 둥지에서 떨어지지 않는 거야.
“에잇, 못 기다리겠다. 내가 그냥 부러뜨려야지.”
놀부는 참다못해 제 손으로 새끼 제비 다리를 뚝 분질러 버렸어. 그러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제비 다리를 비단 헝겊으로 묶어주었지. 그러면서 이러는 거야.
“아이고, 얼마나 아프니 제비야. 빨리 나아서 내년 봄에 박 씨 하나 꼭 물고 오너라.”
놀부는 웃음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으면서 말했어.
가을이 되자, 놀부네 제비도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갔어.
“어서 어서 가라! 내년 봄에 꼭 박 씨를 물고 와야 한다!”
놀부는 날아가는 제비를 향해 소리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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