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은 장전된 월터99를 쥔 채
파커의 미간을 겨눠
창 밖을 붉게 파악해 본다
파커가 뒤집어썼던 듀렉을 벗겨
피를 닦으며 까르르 웃어 걸은 썩 쿨해
옷을 벗겨 간신히 옮겨와 월풀에
톱을 꺼내 조각내는 기분은 우울해
대충 이를테면 희망 같은 것들이
짓이겨버린 후에 다가올 절망들은 그 두 배
어릴 적부터 파커는 폭력을 휘둘러댔지
걸의 나이 열둘에 아내를 집을 나가
파커는 맛 간 알카홀릭
걸의 머리를 낚아챘고
아내를 빼닮은 걸의 눈에 담배를 지진 후
배 위에 올라탔지 폭력의 종역
통역되지 못한 비명의 홍역
순간 그녀의 언어는 쥐 죽은 듯해
혹은 태어났던 순간부터
그녀가 지나간 자리는 폐허
암전 돼 버린 무대
들어볼래? Fucker & Girl's story
느껴볼래? 욕망이 춤추는 소리
물어볼래? 신에게 인간의 도리
지켜볼래? 쾌락과 파탄의 파티
파커는 가정용 나이프를 쥔 채
걸의 급소를 노려
붉은 빛깔로 와이프를 물들여 본다
어쨌든 지구는 돈다
곁에 코를 골던 파커의 목도 땄지
며칠 전에 파파라치를 만난 게 컸지
걸의 거친 신음소리와
진실을 발가벗긴 사진들을 불태웠지
대충 이를테면 사랑의 가치는
우스꽝스런 현실을 파헤친 후
사라지는 것과 같이 후 하면 사라질 뿐
사소한 바람이 후 하니 날아갈 뿐
분명한 건 앞뒤는 이미 맞춰져 있다는 것 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그 무엇이 된다는 것 뿐
울적한 파커는 티비를 켰지
생리혈 같은 노을이 짙게 깔린
공원의 두 연인이 아직 멋쩍지
자수하려 핸드폰을 켰지
문자 벨이 울려 걸의 쪽지
'Goodbye, motherfucker!'
들어볼래? Fucker & Girl's story
느껴볼래? 욕망이 춤추는 소리
물어볼래? 신에게 인간의 도리
지켜볼래? 쾌락과 파탄의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