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애 앨범 : 전세중의 작시 작곡, 박영애 낭송 5곡(그림 값)
작사 : 전세중
작곡 : 전세중
미처 언어를 몰랐을 때 숲은 멀리 있었다
무심히 바라보던
썩은 나무토막처럼 생각이 허술했다
진열된 수많은 산과 바다
땅속 깊은 뿌리들 더듬더듬 찾아 나선다
누군가 먼저 걸어간 생의 내비게이션
걷지 않아도 길이 보이고 깊은 물속까지 환하다
때로는 난해한 문장 앞에서
행간에 숨어든 뜻을 놓치고
단숨에 넘긴 페이지와 멈춰버린 시간도 있었다
책이 세상에 꽃을 피운 그만한 이유를 찾아간다
끊어진 길이 이어지고
놓친 길을 되돌아간다
활자로 그린 지도, 생의 등고선을 따라
희비가 교차되고 하루가 저물어간다
숲을 보고 뿌리를 기록하지 않는다면
겉표지만 더듬은 것 아닐까
대여 받은 숲 한 권
나무장님이 되지 않으려 내게 접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