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식은 하늘
그 아래 걷는 나
하얗게 부서졌던
태양 금세 저문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언제 허물까 몰라도
살면서 깨달은 모든 걸 적는다
남들 다 하는 일이
왜 내게는 어려운지
삶이란 음악에
박자를 왜 자꾸 저는지
혼자서 머물지
아무도 없는 방 안에
현실이 덮치면
난 또 억지로 막아내
지나가네 세상은 나를 두고
아직도 메워지지 않은
가슴 구멍 인생을 바꿔 줄거라
생각한 꿈도 욕망에 불과한 걸
알게 된 후론 함부로 믿지 못해
나를 지친 몸과 마음 갖고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길을 갈 뿐
시기와 질투가 행복을 밀어내
그래서 낮아지길 기도해
하얀 눈아 천천히 내려줄래
조용히 내려줄래
더러운 세상 모두 가려줄래
잠시나마 내가 쉴 수 있게
하얀 눈아 천천히 내려줄래
조용히 내려줄래
소란한 머릿속을 덮어줄래
잠시나마 나 웃을 수 있게
아버지는 말했지 마음을 잘 살펴
그래서 열어 본 내 안엔
구원이 없었어
이 도신 빠르지 자꾸 나를 다그쳐
놀라서 헐레벌떡 뛰다
문득 멈췄어
생존은 일방통행 길 끝엔 죽음이
그러니 늦기 전에 알아야 돼
내가 누군지 수많은 질문들과
고민들이 범람해 그래도
홍해 앞의 모세처럼 나는 서야 돼
저 앞에 길을 비추는 별이
욕망이 아니라 믿음이었으면 해
좁힐 수 없는 현실과의 거리
그 간격을 이 시로 뛰어넘길 원해
창작에 몰두할 때만 비로소 쉬어
땅에 머무르지 마
하늘로 시선 높여
눈이 올까 싶어 바로 오늘밤에
기대하며 눈을 감네
차갑게 메마른 도시의 거리엔
수많은 사람들 날 스쳐가고
따스해 보이는 저기 네온사인엔
희망과 거짓 뒤엉킨 채
환하게 웃고 있네
하얀 눈아 천천히 내려줄래
조용히 내려줄래
더러운 세상 모두 가려줄래
잠시나마 내가 쉴 수 있게
하얀 눈아 천천히 내려줄래
조용히 내려줄래
소란한 머릿속을 덮어줄래
잠시나마 나 웃을 수 있게
내 앞의 내가 말해
너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내 안의 내가 말해
나는 절대 져서는 안 된다고
내 앞의 내가 말해
너도 그저 남에겐 남이라고
내 안의 내가 말해
나는 이제 문을 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