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이
내 눈빛같은 밤입니다
어깨를 안고 지나가는 연인들
부럽다는 느낌마저 잃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난번 밤을 새워 쓴 편지가
가방속에 담긴지도
어느새 한 달이 가까워져 옵니다
내 용기 없음이 부끄럽기보다는
울컥 화가 치밀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 당신의 창백한 미소를
만나기 위해 난 늘 달립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노라면
어김없이 단정한 걸음으로
스쳐 지나가는 당신
난 습관처럼 멀찍이서
당신 뒤를 따릅니다
아무런 예고없이
어느날 갑자기 시작되는 게 사랑이라고
그건 책에나 나오는 얘기인줄 알았는데
난 요즘 이름도
아니 그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하는 당신의 모습
그 하나 때문에 춥습니다
겨울 바람 때문이 아니라
목안으로 감추어야 하는
달콤한 언어들 때문에 가슴이 시립니다
내일 아침엔 용기를 내리라는 다짐이
또 다른 내일로 미뤄지면서
사랑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일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책상 위에 구겨진 수많은 백지가
바로 그렇게 구겨진 내 마음이란 생각만으로
겨울 밤은 깊어가고
내일은 정말 하나뿐이길 이 밤 기도합니다
단 하나뿐인 내일엔
당신의 웃음 앞에 마주서길 기도합니다
겨울밤에 이루어진 이 얘기가
당신의 온 가슴에 옮겨지길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