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또: (아니리) 너의 골 춘향이가 있다지
호 장: (아니리) 예이
사 또: (아니리) 춘향은 점고에 불참이 되었으니 어쩐 일인고?
호 장: (아니리) 춘향은 기생이 아니옵고, 저의 모친이 본시 기생이옵난듸 지금은 퇴기옵고, 춘향은 올가가신 구관 자제 도련님이 머리를 얹었기로 기안의 일은 빼고 지금 수절하고 있나이다.
사 또: (아니리) 수절을 허여? 지가 수절을 헌다면 사대부댁에서는 요절을 허것구나. 잔말 말고 불러 들여라
도 창: (아니리) 다른 사람 같거드면 사령이 나갈 것이로되, 최면이 있는지라, 행수 기생을 불러 분부하시되,
사 또: (아니리) 나 이대로 춘향으 집을 빨리 나가 사또 부르시니 신도지초에 아니 들어오면 큰일이 날 터이니 곧 다리고 들어오도록 하여라
도 창: 행수 기생이 나간다. 행수 기생이 나간다. 대로변으로 나가 춘향 문전 당도허여 손뼉을 땅땅 뚜드리며
행수기생: (중몰이) 정절부인 애기씨, 수절부인 마누라야. 니만헌 정절이 뉘 있으며, 니만헌 수절이 뉘기 있으랴. 널로 하여 육방이 소동, 각청 두목이 다 죽어난다. 들아가자. 나오너라.
춘향이: (중몰이) 아이고, 여보, 행수 형님. 나도 여덟살으 입학허여 열여섯살이 되었는듸 우리 어머님이 행수로 있을 때 형님께 무슨 혐의 있어 사람을 부르면 조용히 못부르고 화젓가락 끝마다 털 듯 땅땅 털어 부르는가? 마소, 마소, 그리 마소, 마소, 그리 마소.
행 수: (아니리) 여보소, 춘향 각시. 사또 엄령이 지엄하여 부득이 나왔으나 사또께 들어가서는 내 언사로 꾸며 댈 터이니 안심허소
도 창: (아니리) 춘향과 작별허고, 사또께 들어와서는 춘향을 대톱 이상으로 먹것다.
행 수: (아니리) 사또가 부르면 사령이 나올 터인듸 자네가 어찌 왔냐 하며, 죽었으면 죽었지 영으로는 못간다 허옵디다.
사 또: (아니리) 그런 요망한 년이 어디 있단 말이냐? 춘향 바삐 잡어 들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