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보다는 조금 따뜻한 얼음 나라 북극에는
하얀 털을 가진 북극곰과 북극여우가 살고 있습니다.
북극여우는 늘 북극곰을 따라다녔어요. 거대한 몸집과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사냥 솜씨가 멋있어서요.
북극곰은 북극여우가 귀찮긴 했지만
잡아먹으려니 딱히 잡아먹을 곳도 없이 작아서
따라다니는 대로 놔두었습니다.
“넌 왜 맨날 나만 따라다니냐?”
“너의 부드러운 하얀 털이 너무 멋져서.”
“내 털은 부드럽지 않아.”
북극곰의 털을 만져본 북극여우는 깜짝 놀랐어요.
부드러울 줄만 알았던 북극곰의 하얀 털은
바늘같이 빳빳했습니다. 하지만 북극곰의 빳빳한 털도
북극곰을 좋아하는 여우의 마음을 막을 수는 없었어요.
“우리 친구하자.”
“넌 여우고 난 곰이잖아. 우린 친구가 될 수 없어.”
북극곰의 말을 들은 북극여우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안되는 게 어딨어.”
고민하던 북극여우는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북극곰은 그런 여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얼마 뒤 여우가 헥헥거리며 뛰어왔습니다.
입에는 꽃 한 송이를 물고 있었어요.
“자!”
북극여우는 북극곰에게 그 꽃을 내밀었습니다.
“여긴 엄청 추운 북극인데 이 꽃을 어디서 구한 거야?”
“따라와.”
북극여우는 북극곰을 안내했습니다.
북극곰은 긴가민가하며 따라갔어요.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북극에 꽃이라니요?
여우를 따라간 곰은 깜짝 놀랐습니다.
여우가 데려간 들판에는 파릇파릇한 풀들 사이로
꽃들이 피어있었어요. 북극에 핀 꽃의 아름다움에
북극곰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북극에선 꽃이 필 수 없다고 생각했지?
한여름엔 이렇게 아름다운 꽃도 핀다고.
북극에서 꽃도 피는데 너랑 나랑 친구는 왜 안되니?”
북극곰은 북극여우의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북극여우의 마음이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어요.
북극곰은 사냥한 먹이를 북극여우에게도 나눠주며
둘은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