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푸른 하늘이
잿빛으로 보이나 봐요
깨어진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먼지 쌓인 체육관에선
누군가 얻어맞고 있어요
때린 아이도 맞는 아이도
같은 표정을 하고서
머릿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는 하루
오늘에 빠져 내일로 갈 수 없는 걸까
선생님이 가르쳐준 내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가 봐요
옥상 울타리에 몸을 기대면
그제서야 느껴지는 세상의 무게
긴 시간을 보낸 건 아니지만
나의 무게는 이리도 가벼운 가봐요
우리에겐 푸른 하늘이
잿빛으로 보이나 봐요
깨어진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먼지 쌓인 체육관에선
누군가 얻어맞고 있어요
때린 아이도 맞는 아이도
같은 표정을 하고서
희미한 분필향 맴도는
교실 한 가운데서
복도를 가득 메운 오후의 햇빛
그 사이에서
아무 것도 기대할게 없는 매일
제자리에 서서 맴돌 뿐인데
세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 건가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 꿈을
밤새도록 기다리고 있다가
아침이오면 교복 단추를 채우고 있어요
우리에겐 푸른 하늘이
잿빛으로 보이나 봐요
깨어진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먼지 쌓인 체육관에선
누군가 얻어맞고 있어요
때린 아이도 맞는 아이도
같은 표정을 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