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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등 (시인: 김광균) 유강진

★*… 와사등(瓦斯燈) - 김 광균 시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 긴- 여름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高層)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와사등 (시인: 서정주) 유강진

와사등 ~^* -김광균 詩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있다 내 호을로 어델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기적 (시인: 김광균) 김광균

♥ 汽 笛 ~^* - 김광균 詩 잠결에 기적이 들린다. 사람들이 잠든 깊은 밤중에 멀리서 가차이서 기적은 서로 쓸쓸한 對話를 주고 받는다. 밤중에 들리는 기적 소리는 멀-리 간 사람과 이미 죽은 사람들을 생각게 한다.

눈 (시인: 이동주) 유강진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자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인생찬가 (시인: 롱펠로우) 유강진

인 생 찬 가 -롱펠로우 詩 -젊은이의 가슴이 찬양자에 말한 것-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마라. 인생은 한갓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잠자는 영혼은 죽음이고 만물은 본체는 외양대로 만은 아니란다. 인생은 진실! 인생은 진실 한 것! 무덤이 그 목표는 아니다. "너는 본래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이것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은 아니...

청자부 (시인: 박종화) 유강진

♣ 청 자 부 -박 종화 시 선은 가냘픈 푸른 선은 아리따웁게 구울러 보살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에 사철 훈풍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을 박차 바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 년의 꿈 청자기! 빛깔 오호 빛깔! 살포시 음영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여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 한 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과목 (시인: 박성룡) 유강진

♣ 과목(果木) - 박성룡 시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뿌리는 박질 붉은 황토에 가지느 한낱 비바람들 속에 뻗어 출렁거렸으나 모든 것이 멸렬하는 가을을 가려 그는 홀로 황홀한 빛깔과 무게의 은총을 지니게 되는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흔히 시를 읽...

유언 (시인: 박기원) 유강진

♣ 유 언 (遺言) - 박기원 시 내 죽거들랑 비석을 세우지 마라. 한 폭 베쪼각도 한 장 만가(輓歌)도 통 걸지 마라. 술 값에 여편네를 팔아 먹고 불당(佛堂) 뒤에서 친구의 처를 강간하고 마지막엔 조상의 해골을 파 버린 사나이 어느 산골짜기에 허옇게 드러내 놓은 채 개처럼 죽어 자빠진 내 썩은 시체 위에 한 줌 흙도 아예 얹지 마라. 이...

논개 (시인: 변영로) 유강진

♣ 논 개 ♣ -변영로 詩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

신곡 (시인: 단테) 유강진

♣ 신 곡 ~^* -단 테 詩 이생의 나그넷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에서 벗어났던 내가 눈을 떴을 때에는 컴컴한 숲속에 있었다. 그 가혹하고 황량하며 준엄한 숲이 어떤 것이였는지는 입에 담기조차 역겹고 생각하기만 해도 몸서리 쳐진다. 그 괴로움이란 자칫 죽을 정도였었다. 그러나 거기서 만나게 된 행운을 말...

옹손지 (시인: 김관식) 유강진

옹손지 -김관식 시 해 뜨면 窟 속에서 기어나와 노닐고, 매양, 너물국 한 보시기 싸래기밥 두어 술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다. 襤褸를 벗어 바위에 빨아 널고 발가벗은 채 쪼그리고 앉아서 등솔기에 햇살을 쪼이다 해 지면 窟 안으로 기어들어 쉬나니.

눈 (시인 : 김수영) 유강진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자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육신 (시인: 정공채) 유강진

♣ 육 신 (肉身) -정공채 시 적빈(赤貧)한 아내의 뺨을 때리고 나선 아침의 바닷가 등신대를 넘치며 불어오는 아량(雅量)의 바람은 전신 가득히 붉은 부끄러움을 쑤셔 넣는다. 바닷가로 나오길 잘했다. 아내의 시정(市井)은 아직도 시끄러울 것이다! 고적(孤寂)의 그림자 하날 데리고 비틀거리며,...

지중해 (시인: 문딸레) 유강진

오래된 바다여 초록빛 종같이 소릴 내는구나. 지는 그대의 물곁에서 열려 나오는 소리에 난 취해 버린다오 아쉬운 내 청춘의 집이 알다시피 그대 가까이 있소. 태양이 빛나고 모기떼 하늘을 뒤덮는 그곳에 그때처럼 오늘도 바다여, 그대 앞에 난 벙어리 되어그대 호흡이 주는 숭고한 충고를 받을 자격이 없다오. 내 가슴의 고동이 그대 숨결의 한 순간에 불과하다고...

용산에서 (시인: 오규원) 유강진

♣ 용 산 (龍山)에서 -오규원 시 시(詩)에는 무슨 근사한 얘기가 있다고 믿는 낡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시(詩)에는 아무것도 없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은 우리의 생(生) 밖에. 믿고 싶어 못 버리는 사람들의 무슨 근사한 이야기의 환상(幻想)밖에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의 의지(意志)와 이상...

고향으로 돌아가자 (시인: 이병기) 유강진

♣ 고향(故鄕)으로 돌아가자 -이병기 시 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암 데나 정들면 못살 리 없으련마는, 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가장 그리운가. 방과 곳간들이 모두 잿더미 되고 장독대마다 질그릇 조각만 남았으나, 게다가 움이라도 묻고 다시 살아봅시다. 삼베 무명옷 입고 손마다 괭이 잡고, 묵은 그 밭을 파고 파고 일구고, 그 ...

동방의 등불 (시인: 타고르) 유강진

♣ 동방의 등불 -타고르 시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는 곳, 진실의 깊음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

4월이 오면 (시인: 허유) 유강진

♣ 조 춘(早春) - 박이도 시 눈밭 속에 솟는 보리 푸름 푸름 푸름 흰 두루미 앉은 바닷가엔 아지랑이 같은 바람 내의도 없이 쏘다닌 더벅머리 총각이 꿩 한 마리 허리에 차고 주막에 든다. 빗기는 노을 속에 마을에선 개짖음이 잦다. 누굴 찾아 온 손인가 사랑에 앉아 등잔불을 밝히나보다. 밤 강가엔 얼음 깨지는 소리가 돌아가신 할머님의 ...

작은 짐승 (시인: 신석정) 유강진

★*…작은 짐승 - 신 석정 시 난(蘭)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밤나무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다문다문 선 사이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난)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난)이와 내가 ...

내 이름 (시인: 이원섭) 유강진

♣ 내 이름 -이원섭 시 낡은 물고기 모양 썩어진 몸뚱이는 이렇게 의복으로 싸버리고 거기에다 제법 넥타이까지 지그시 늘어뜨린 바에야 어떠냐. 이렇게 담배를 피워 물면 조금은 그래도 그럴듯하리라 아무것도 안 뵈는 듯이 실로 아무것도 안 뵈는 듯이 아무것도 안 들리는 듯이 실로 아무것도 안 들리는 듯이 어떠냐. 이렇게 연기를 내뿜으면 조금은...

울리는 친구 (시인: 이인석) 유강진

♣ 울리는 친구 -이인석 시 대학부속병원서 퇴원하던 날 물끄러미 보던 그 사나이는 옥살이한 독립투사 같다고 했다 나는 웃지도 못하고 누렇게 뜬 그 친구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 본시 언제는 그랬을까마는 더구나 입원 중에는 손금만치도 나라 생각한 바 없는데 왜 그런 당치않은 말을 했을까 퇴원하며 하늘을 쳐다보다가 눈이 부셔 고개를 숙였을 뿐인데 병원...

사월의 노래 (시인: 박목월) 유강진

♣ 사월의 노래 ♣ - 박목월 詩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

사의 예찬 (시인: 박종화) 유강진

♣ 사(死)의 예찬 - 박종화 시 보라! 때 아니라. 지금은 그 때가 아니라. 그러나 보라! 살과 혼. 화려한 오색의 빛으로 얽어서 짜 놓은 훈향내 높은 환상의 꿈터를 넘어서. 검은 옷을 해골 위에 걸고 말없이 주톳빛 흙을 밟는 무리를 보라. 이 곳에 생명이 있나니 이 곳에 참이...

떠나가는 배 (시인 : 박용철) 유강진

떠나가는 배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

한국의 아이 (시인: 황영길) 유강진

♣ 한국의 아이 - 황 명걸 배가 고파 우는 아이야 울다 지쳐 잠이 든 아이야 장난감이 없어 보채는 아이야 보채다 돌맹이를 가지고 노는 아이야 네 어미는 젖이 모자랐단다. 네 아비는 벌이가 시원치 않았단다. 네가 철나기 전에 두 분은 가시면서 어미는 눈물과 한숨을 아비는 매질과 술주정을 벼 몇 섬의 빚과 함께 남겼단다. 뼈골이 무서지게 일은 ...

고아의 노래 (시인: 릴케) 유강진

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앞으로도 아무도 되지는 않으렵니다 지금은 존재하기에 너무도 초라한 몸 그러나 훗날에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어머님들, 아버님들이시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정말 키워 주신 보람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잘려질 몸입니다 아무한테도 쓸모 없는 신세입니다. 지금은 너무 이르고 내일이면 너무 늦을 것입니다. 내가 걸친옷은 이 옷...

추수하는 아가씨 (시인: 워즈워드) 유강진

♣ 추수하는 아가씨 -워즈워드 보게나, 저 밭에서 홀로 곡식 거두며 제 흥에 겨워 노래 부르는 저 외로운 하일랜드 아가씨를. 잠시 여기 서 있거나 조용히 지나가게. 홀로이삭 자르고 다발 묶으며 애잔한 노래 부르는 아가씨. 오. 들어 보게나, 깊고 깊은 골짜기에 넘쳐 흐르는 저 노랫소리. 아라비아 사막, 어떤 그늘진 쉼터에서 지친 나그네...

어떤 사람 (시인: 신동집) 유강진

♣ 어떤 사람 - 신동집(申瞳集) 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별을 돌아보고 늦은 밤의 창문을 나는 닫는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쪽 켠에서 말 없이 문을 여는 사람이 있다. 차갑고 뜨거운 그의 얼굴은 그러나 너그러이 나를 대한다. 나즉히 나는 묵례(默禮)를 보낸다. 혹시는 나의...

푸른 하늘을 (시인: 김수영) 유강진

♣ 푸른 하늘을 -김수영 시 푸른 하늘을 제압(制壓)하는 노고지리가 자유(自由)로 왔다고 부러워 하던 어느 시인(詩人)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

외인촌 (시인: 김광균) 김은영

♣ 외 인 촌 (外人村) - 김광균 시 하이얀 모색 속에 피어있는 산협촌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을 달은 마차가 한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루 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추일서정 (시인: 김광균) 정희선

♣ 추일서정 - 김 광균 시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그러진 도룬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설야 (시인: 김광균) 정경애

♣ 설 야 - 김광균 시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먼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승무 (시인: 김광균) 김수희

* 승 무 * -조지훈 詩 얇은 沙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

언덕 (시인: 김광균) 황일청

♣ 언 덕 -김광균 시 심심할 때면 날 저무는 언덕에 올라 어두워 오는 하늘을 향해 나발을 불었다. 발. 밑에는 자옥한 안개 속에 학교의 지붕이 내려다보이고, 동네 앞에 서 있는 고목위엔 저녁 까치들이 짖고 있었다.

뎃상 (시인: 김광균) 정희성

★*…뎃 상 -김 광 균 시 1 향료를 뿌린 듯 곱다란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머언 고가선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라 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언덕 (시인: 김광균) 정경애, 장혜선, 김성천, 이현걸, 주성현

언 덕 - 김 광 균 시 심심할 때면 날 저무는 언덕에 올라 어두워 오는 하늘을 향해 나발을 불었다. 발 밑에는 자욱한 안개 속에 학교의 지붕이 내려다보이고. 동네 앞에 서 있는 고목 위엔 저녁 까치들이 짖고 있었다. 저녁 별이 하나 둘 늘어 갈 때면. 우리들은 나발을 어깨에 메고. 휘파람 불며 언덕을 내려 왔다. 등 뒤엔 컴컴한 떡갈나무 수풀에 ...

설야(시인: 김광균) 정경애

설 야(雪夜) - 김광균 -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시인: 김춘수) 유강진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 김 춘 수 시 다뉴브강(江)에 살얼음이 지는 동구(東歐)의 첫겨울 가로수(街路樹) 잎이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황혼(黃昏) 무렵 느닷없이 날아온 수발(數發)의 쏘련제(製) 탄환(彈丸)은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 바숴진 네 두부(頭部)는 소스라쳐 삼십보(三十步) 상공(上空)으로 튀...

울음이타는 가을 강 (시인: 박재삼) 유강진

♣ 울음이 타는 가을강 - 박재삼 시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

또 다른 고향 (시인: 윤동주) 유강진

♣ 또 다른 고향 -윤동주 시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속에 곱게 풍화작용 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국제열차는 타자기 처럼 (시인: 김경림) 유강진

♣ 국제 열차는 타자기(打字機)처럼 -김경린 시 오늘도 성난 타자기처럼 질주하는 국제열차에 나의 젊음은 실려 가고 보랏빛 애정을 날리며 경사진 가로(街路)에서 또다시 태양에 젖어 돌아오는 벗들을 본다. 옛날 나의 조상들이 뿌리고 간 설화가 아직도 남은 거리와 거리에 불안과 예절과 그리고 공포만이 거품 일어 꽃과 태양을 등지고 가는 나에게 ...

잠실 밤 개구리 (시인: 신세훈) 유강진

♣ 잠실 밤개구리 - 신세훈 시 잠실 밤개구리가 운다. 밤새도록 밤새도록 운다. 울음 숲을 이루며 잠실잠실 실실실 잠실…… 아파트가 더 들어서면 고향을 잃어버린다고 운다. 비 맞은 인디언 물귀신처럼 운다. 아스팔트가 덮히면 변두리 산으로 쫓겨나 숨 다할 거라고 무한정 밤을 운다. 잠실 밤하늘을 원망이라도 하듯 순하디순한 흙값이 금값임을 허공천에 ...

국제열차는 타자기 처럼 (시인: 김경린) 유강진

♣ 국제 열차는 타자기(打字機)처럼 -김경린 시 오늘도 성난 타자기처럼 질주하는 국제열차에 나의 젊음은 실려 가고 보랏빛 애정을 날리며 경사진 가로(街路)에서 또다시 태양에 젖어 돌아오는 벗들을 본다. 옛날 나의 조상들이 뿌리고 간 설화가 아직도 남은 거리와 거리에 불안과 예절...

시인 백창우

강물이듯 구름이듯 다시 떠나가는 이여 나무이듯 바람이듯 되살아나는 이여 걸어도 걸어도 못다 걸을 세상길을 새벽이면 일어나 다시 걸어가는 이여 바라보는 몇마리 새는 저만치 접어두고 돌아보고 돌아보며 묵묵히 가는 이여 별이든 달이든 꺼지지 않는 이여 저혼자 재가 되고 또 불이 되는 이여 걸어도 걸어도 못다 걸을 세상길을 새벽이면 일어나 다시 걸어가는 이...

시인 이솔로몬

당신은 날 보며 웃고 있지만 난 말도 못해요 누가 풀을 붙인 듯 꼭 다문 입술은 말라만 가요 애가 타게 당신을 그리다 못다 핀 마음들은 시가 되었죠 서툰 내 사랑은 초라하지만 난 밤에 물든 시인이 돼요 나는 당신이란 바다를 떠다니는 배 파도에 밀려가도 좋아요 밤이 밝혀 놓은 달빛과 별의 지도가 날 당신께 인도할 테니 당신을 나보다 사랑하지만 그...

시인 진채밴드

나는 시를 쓸 줄 모르지만가령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평생 아침이 제일 쓸쓸하다고죽음으로부터 삶으로 빠져나가는게 그렇게 힘들다시를 쓸 줄 모르기 때문에 나는 한낮으로 가려고오늘 아침에도 갑옷을 입는다쇠 단추를 채우고 쇠 지퍼를 올리고 시인을 갑옷 속에 숨긴다비내리는 저녁이 오면 그리운 그대에게 가서모시 식탁보가 깔린 식탁 위에서 가시 많은 생선으로 눕는다...

시인 Baesuyong (배수용)

삶이 쉬워지니 내 자신이 싫어져너를 생각하니 내 가슴이 미어져나의 꿈을 숨겨 영원해진 기억으로나는 시인이야 너의 이야기를 빌려 써 나의 춤은 너의 숨결로 긴 호흡으로 우물이 있는 아주 조용한 시골로한때 우린 클럽에서 뜨거운 키스를 가끔 실없는 말로 너에게 비수를음악에서 나를 찾어내가 없어도 나를 가져내가 곡을 쓰면 너는 나를 봐줘세상에서 가장 야한 생...

시인 김진예

한잔 들이키고서 연과 헤어진 사람아무슨 말을 듣고싶어 그리 울어댔는가그런 삶을 포기하고 죽어버릴 힘마저더 이상 지쳐 난 여력이 없다아무 감정없는데 나를 걱정하는구나무슨 말들이 나를 이렇게 무디게 했나꿈에 나온 네 웃음은 변하지도 않아서다만 난 몹시도 추해졌구나항상 그래왔듯이 나의 환상 속에 살아어떤 말들도 더 이상 나와 상관없잖아내 스스로의 손으로 모...

시인 드문

힘든 그대에게 쉼표를 그려줄게요그대의 삶을 한번 적어봐요그대의 시가 너무 밝거나 어두워도 돼요그것도 그대의 시 한 구절이니까그대의 일상 속에는 늘 밤이 있어요그리고 늘 시가 있어요그대의 일상 속에는 늘 별이 있어요그대의 시는 오늘도 안녕하신가요그대의 시가 너무 밝거나 어두워도 돼요그것도 그대의 시 한 구절이니까그대의 일상 속에는 늘 밤이 있어요그리고 ...

나 취하는 건 그리움 주병선

지난날 화사한 웃음으로 그대 모습 떠오를 때면 와사등 기울인 선술집에서 홀로 술잔을 비워가네 투명한 술잔에 채워지는건 그대 그리움 그리움뿐이네 살다보면 잊을 날 오겠지 하고 수많은 날을 흘려 보냈지만 문득 혼자라 느낄 땐 또다시 지난 그리움들을 끄집어 내지 그리움에 술 한잔 삶에 지쳐 또 한 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