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 (시인: 홍윤숙)

박일


♣ 춘 곤(春困)

- 홍윤숙  시

나는
病(병)든 사내
바람에도 꽃 내음에도
숨이 찬데
봄은 바람 난 아내처럼
개나리 울타리에 서서
웃고만 있다

머리를 풀고
머리를 감고
나날이 물차게 피어 오르는
나이 어린 아내처럼
눈이 부시다

病席(병석)의 사내는 목이 마르다
무심한 아내가
개나리 울타리에 숨어버린 채
긴 날을 꼬박 해해대기에
노란 울타리만 지켜 보느라
황달 든 눈처럼
물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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