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놀이 (시인: 주요한)

박일

★*…불 놀 이
-주 요한   시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江물 위에, 스러져가는 분홍빛놀…… 아아 해가 저물면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西月)이라 파일날, 큰 길을 물밀어 가는 사람소리 ······ 듣기만 하여도 흥성스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가?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城門) 위에서 내려다보니, 물냄새. 모랫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며,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위에 내어던지나 무정(無情)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멈출 리가 있으랴?
아아 꺽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님 생각에 살아도 죽은 이마음이야, 에라, 모르겠다, 저 불길로 이 가슴 태워버릴까 어제도 아픈 발 끌면서 무덤에 가보았더니  겨울에는 말랐던 꽃이 어느덧 피었더라마는 사랑의 봄은 또다시 안돌아오는가, 차라리 속 시원히 오늘밤 이 물속에…그러면 행여나 불쌍히 여겨줄 이나 있을까…… 할 적에 퉁탕, 불티를 날리면서 튀어나오는 매화포, 펄떡 정신을 차리니, 우구구 떠드는 구경꾼의 소리가 저를 비웃는 듯, 꾸짖는 듯. 아아 좀 더 강렬한 열정에 살고 싶다. 저기 저 횃불처럼 엉기는 연기, 숨막히는 불꽃의 고통 속에서라도 더욱 뜨거운 삶을 살고 싶다고 뜻밖에 가슴 두근 거리는 것은 나의 마음 ……

사월달 따스한 바람이 강을 넘으면, 청류벽(淸流碧), 모란봉 높은 언덕위에 허어옇게 흐느끼는 사람떼, 바람이 와서 불적마다, 불빛에 물든 물결이 미친 웃음을 웃으니, 겁 많은 물고기는 모래 밑에 틀어박히고, 물결치는 뱃속에서 졸음 오는 ‘리듬’의 형상이 오락가락 ― 어른거리는 그림자, 일어나는 웃음소리, 달아 논 등불 밑에서 목청껏 길게 빼는 어린기생의 노래, 뜻밖에 정욕(精慾)을 이끄는 불구경도 인제는 겹고, 한잔 한잔 또 한잔 끝없는 술도 이제는 싫어, 지저분한 배 밑창에 맥없이 누우면 까닭 모르는 눈물은 눈을 데우며, 간단없는 장고소리에 겨운 남자들은, 때때로 불이는 욕심에 못 견디어 번뜩이는 눈으로 뱃가에 뛰어나가면, 뒤에 남은 죽어가는 촛불은 우그러진 치마 깃 위에 조을 때, 뜻있는 듯이 찌걱거리는 배젓개 소리는 더욱 가슴을 누른다 …

아아 강물이 웃는다, 웃는다, 괴상한 웃음이다, 차디찬 강물이 껌껌한 하늘을 보고 웃는 웃음이다. 아아. 배가 올라온다, 배가 오른다, 바람이 불적마다 슬프게 삐걱거리는 배가 오른다……

저어라 배를, 멀리서 잠자는 능라도(綾羅島)까지, 물살 빠른 대동강을 저어오르라. 거기 너의 애인이 맨발로 서서 기다리는 언덕으로 곧추 뱃머리를 돌리라. 물결 끝에서 일어나는 추운 바람도 무엇이리요, 괴이한 웃음소리도 무엇이리요, 사랑 잃은 청년의 어두운 가슴속도 너에게야 무엇이리오, 그림자 없이는 ‘밝음’도 있을 수 없는 것을― 오오 다만 네  확실한 오늘을 놓치지 말라. 오오 사르라, 사르라. 오늘밤! 너의 빨간 횃불을, 빨간 입술을, 눈동자를, 또한 너의 빨간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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