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이러고 건너가다
놀보 하인 마당쇠를 만났것다. 흥보 반가운 마음에
“아니, 이게 누구냐 마당쇠가 아니냐?”
“아이고 서방님. 오래간 만입니다.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근디 어째 이리 오시오? 도로 댁으로 건너 가십시오.”
“이 얘 마당쇠야 , 내가 여기까지 왔다가 형님을 아니 뵙고 갈 수가 있것느냐? 근디 요새 큰 서방님 성질은 좀 어떠허시냐?”
“아이고, 말씀 마십시오. 작은 서방님 계실 적에는 제사를 모셔도 음식을 많이 장만하시더니 서방님이 떠나신 후로는 약음이 바짝 생겨서 제사를 모셔도 대전으로 바칩니다요.
접시에다가 제육이다 편육이다 폐지를 써 붙이고는 다 걷어 갑니다. 이 통에 건너가셨다가는 몽둥이 뜸질만 당하실테니. 도로 댁으로 건너가시지요.”
“그러나 내 인사 도리가 아니로구나.”
성큼 성큼 들어가
사랑 앞을 들어서니 어찌 겁이 났든지.
(창조) “아이고 형님 소인 문안이오.”
“댁이 뉘시오”
(창조) “아이고 형님 동생을 모르시오.”
“나는 삼대독자로 내려온 줄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거늘 나는 아우가 없는 사람이오.”
흥보가 빌면 될 줄 알고
진양조)
두손 합장 무릎을 꿇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형님 전의 비나이다.
그저께 하루를 굶은 처자가
어제 점도록 그저있고
어저께 하루를 문드러미 굶은 처자가
오늘 아침을 그저 있사오니.
인명이 제천이라 설마 헌들 죽사리까 마는
여러 끄니를 굶사오면 하릴없이 죽게가 되오니
형님 덕택의 살거지다.
벼가 되거든 한 섬만 주시고 쌀이 되거든 한 말만 주시고
그도저도 정 주기가 싫거든
이명기나 싸래기나 양단 간의 주옵시면
죽게된 자식을 살리것소.
과연 내가 원통하오 분하여서 못 살것오.
천석군 형님을 두고
굶어 죽기가 원통허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