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타령, 박 타는데

유영애

아니리

뚝 떨쳐 놓으니 흥보 마누래가 박씨를 주워들고 "여보 영감 제비가 연씨를 물어왔소" 그 연씨라는 말이 당치않네 뉘 박 심은 데서 놀다가 물고 온 박씨로세 옛날 수란이가 뱀 한마리를 살려 주었더니 그 은혜를 갚을 량으로 구슬을 물어 왔다더니 마는 물고 오는 것이 고마운께 갖다 심새 동편처마 끝에 거름 놓고 박을 따독따독 심었더니 수일이 되더니 박순이 올라오느듸 부채만 허개 모순이 되더니 홍두께만 지둥만 어떻게 박순이 크던지 박 잎사귀가 삿갓만씩 해 같고 흥보 집을 얽히고 설켜 놓은 것이 9년 동안 장마가 져도 흥보 집 샐배 만무허것다 이 때는 어느 땐고 허니 팔월 추석 대명절이로구나 다른 집에서는 떡을 헌다 밥을 헌다 야단법석이 났는듸 흥보 집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자식들 앞에 놓고 울음을 우는디 가난타령이 되었던가 보더라

중모리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의 가난이야 복이라 허는 것은 어이허면은 잘 타는고 북두칠성님이 복 마련을 허시는가 삼신 제왕님이 짚자리에 떨어질 적에 명과 수복을 그를 점지하느냐 몹쓸 년의 팔자로다 이년의 신세는 어찌허여 이 지경이 웬 일이란 말이냐 퍼버리고 앉어 설히 운다

아니리

이리 한참 설히 울제 그 때여 흥보가 들어오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는 밤낮 울고만 있으니 뭔 재수가 있것오 아 정 배가 고프거든 저 지붕에 있는 박 세 퉁 따다가 박 속은 끊여먹고 바가질난 부자집에 팔아다가 쌀팔고 고기 사서 어린 자식들을 살리면 될 것이 아니요 흥보가 지붕으로 올라가 박을 통통 튕겨본 즉 팔 구월 찬이슬에 박이 꽉꽉 여물었구나 박 세 통을 따다 놓고 “우리도 남과 같이 추석을 새 봅시다" 먼저 한 통을 타는듸

진양

시리리리리리렁 실건 당겨주소 에여루 당겨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언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 밥 한 통만 나오너라 평생의 포한이로구나 에여루 당겨주소 여보게 마누라 톱 소리를 어서 맞소 톱 소리를 내가 맞자고 헌들 배가 고파서 못 맞것소 배가 정 고프거들랑은 허리띠를 졸라를 매소 에여루 당겨주소 작은 자식은 저러 가고 큰 자식은 내한테로 오너라 우리가 이 박을 타서 박 속일랑은 끓여먹고 바가질랑언 부자집으다 팔아다가 목숨 보명 살아나세 당겨주소 강상에 떳난 배가 수천 석을 지가 싣고 간들 저희만 좋았지 내 박 한 통을 당할 수가 있느냐 시리리리리리렁 실건 시이리이 러어엉 어어으웅 실건 시리렁 실근 당그여라 톱질이야

휘모리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식삭톡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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