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걷지 않은
새하얀 그 길 위에
함께 걸었었던 지난 겨울
발자국이 보이는 것만 같은데
흩어지는 눈송이에 사라져간다
저 멀리 이어지는
한 쌍의 발자국이
우리 둘 모습 같아 쫓아가다가
마법처럼 피어나는
밤 하늘의 눈꽃이
내 볼에 눈물 되어 흐른다
가로등 조명 아래
입 맞추던 주인공은
쏟아지는 눈송이에
희미해져 가고
어두움 속에서
바라보던 엑스트라는
이제는 내 발자국 위에 서있다
움츠린 어깨 위로 쌓인 눈이
너의 손길 기다리다가
찬바람에 풀려버린 목도리가
너의 손길 기다리다가
식어버린 차가운 내 손등이
너의 손길 기다리다가
멀어지는 조명 아래
바라보던 너의 모습
쏟아지는 눈송이에
희미해져 가고
어두움 속에서
바라보던 엑스트라는
이제는 발자국을 돌린다
아무도 걷지 않은
새하얀 그 길 위에
함께 걸었었던 지난 겨울
발자국이 보이는 것만 같은데
흩어지는 눈송이에 사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