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임신했어요
마을 버스를 탔다
오후 2시 무렵이였으니까
평상시 같으면 아주 한가할 때였는데
그날따라 버스는 만원이였다
일반 버스와 달리 마을 버스는 차체가 작은데다
운전기사들이 고개운전을 하기가 일수가 많이 흔들린다.
아마도 골목골목을 빠삭하게 안다는 자부심 때문에 그런가 보다 그러니 빈자리가 없어 서서가는 경우 젊은이들도 몸을 지탱하기가 힘들다
이럴땐 내가 코앞에 서있는 데도 자리에 앉아서 휴대전화만들여다 보는 젊은이들이 괘씸하게 짝이없다
다행이도 두정거장 지나서 겨우 자리가 낫다
"에구구 에구구 아이구 더워라 " 하며 땀을 닦고 있는데
내옆에 빽빽하게 들여찬 사람들 사이로 뚤고 조금한 얼굴이 나타났다
음.. 대여섯 살쯤 됫을까?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아구 조금한게 꽤나 힘들겠구나 싶어 막 일어서는데
그 소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엄마 임신했어요"
" 어?그래? 엄마어디계신데 " 하며 둘러보았지만
금방 눈에 띄지 않았다
소녀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엄마 여기 자리 났어 "
라고 외쳤다
그랫더니 내가 앉은 자리에서 한참 먼 앞 문쪽에 서있던 젊은 여성이 당황한 표정으로 손사례를 쳤다.
" 괜찮아요 그냥 앉으세요 "
"민희야 엄마 괜찮으니까 할머니 앉으시라고해 "
얼핏 보기엔 임신한 몸인지 잘 표가 안났다
그런몸으로 남에게 그것도 나처럼 나이를 든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민망스러울지 짐작 되고도 남았다.
엄마가 예기치 못한 반응을 보이자
그 소녀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며 중얼거렸다 "우리엄마 뱃속에 동생 있는데.. "
흔들리는 만원버스 안에서 넘쳐나는 짜증을 간신히 견디고 있던 승객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나는 웃으며 소녀의 엄마를 불렀다
"에구 애기엄마 어린딸의 효심을 몰라라 하면 예의가 아니지 어서와서 이리 앉아요 "
마지못해 엄마가 사람들 속을 헤치고와 앉자
소녀는 내게 깎듯하게 인사를 했다.
"할머니 엄마한테 자리양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하고
에구 고참 그것도 ....
아이를 보살피는 이는 어른이지만 때로는 아이가 어른을 보살피기도 한다
아이키움이란 바로 이런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