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네가 문득 생각이 났던
5월 4일 10시 23분
조금은 네가 싫어했던
야한 옷을 입고
나갔었던 그날에
넌 그날 조금 야위었고
울먹이며
넌 그날 나를 안으면서
헤어졌지
넌 그날 수염이 자랐었고
술을 마시고
넌 그날 내게 키스한 뒤
넌 그날 도망쳤지
혼자 갔던 바닷가
위로하듯 힘찬 파도소리
괜찮아 난 괜찮아 울먹인 거짓말
홀로 선 등대 불빛
내게도 저런 불빛이 있다면
있다면 내게 다시 와줄래
넌 그날 조금 야위었고
울먹이며
넌 그날 나를 안으면서
헤어졌지
넌 그날 수염이 자랐었고
술을 마시고
넌 그날 내게 키스한 뒤
넌 그날
너와 같이 고른 고동색 스웨터
옷이 아닌 사랑을 입었던 나
따뜻한 품이 그리워 사 먹은 호빵
내마음도 레인지에 같이 데워졌으면
넌 그날 조금 야위었고
넌 그날 울먹이며
넌 그날 나를 안으면서
넌 그날 헤어졌지
넌 그날 수염이 자랐었고
넌 그날 술을 마시고
넌 그날 내게 키스한 뒤
넌 그날
울어줘서 너무 고마워
잔인하지만 예뻐보였어
넌 그날 너무나 예뻐서
막차도 놓치고 너도 놓쳐버렸어
아니 버려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