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무뎌진 너의 부리론
맛있는 것 하나도 먹을 수 없어
씩씩한 너의 친구들은 하나 둘
저마다의 하늘 찾아서
떠난 지 오래야
너는 어찌 아슬아슬한
절벽 모퉁일
쓰린 발톱으로 움켜쥐고서
꼼짝을 않니
해와 달이 몇 바퀴를 돌도록
그 자리 그리 너는 있었네
독수리 젖은 너의 깃털론
푸른 초원 예쁜 꽃밭도
가볼 수 없어
야속한 너의 친구들은 누구도
울적한 너의 기분엔 관심이 없어
봄 여름 가을 없고 겨울뿐이던
짓궂은 계절의 농담에도
넌 괜찮았지
해와 달이 몇 바퀴를 돌도록
그냥 그렇게 너는 있었네
금빛 꿈으로 태어난 너의
고향은 잿빛 슬픔의 도시
골목골목 빼곡히 훑어 날아도
내려앉고 싶은 곳 없네
좋은 마음으로 살고 싶지만
점점 더 그럴 수가 없는 걸
너도 알잖아
어제는 없고 내일은 몰라
날지 마 조금만 더 기다려
정말 너의 맑은 하늘이
열릴 때까지
울지 마 조금만 더 기다려
정말 참기 힘든 아픔이
너를 찾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