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건너 얼굴
- 이경남 시
너의 시야를 가득히 채워 오는
너에 대해서 내가 안다는 것은
꽃의 의미를 모르는 거와 같다.
―사금파리에 맺히는 이슬 방울
―새벽창에 어리는 별의 속삭임.
그리고, 강 건너 살을 꽂은 무지개의 호선
내가 너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너의 동자와 너의 음성과 너의 미소가
우물 가득차 찰찰 넘치는 하늘이 되어
나의 시야를 덮쳐 오고 있다는
이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실재 뿐.
아아 내가 너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저 꽃들이, 저마다 피고 지는 의미를 모르듯이
내가 나를 도무지 모르는 거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