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도 않은 길을 걸어오는 동안
나는 참 많은 걸 잃었구나
잊기 싫었던 기억들을 이 길 위에
나는 참 많이도 흘렸구나
주섬주섬 빈 가방을 뒤져
너를 위한 마지막 편지를 쓴다
반듯하게 접은 종이 위에
작은 돌 하나 올려 놓고서
그래 그래도 난
이렇게 나는 또 혼자가 되었다
두리번거리고 한 눈 팔면서
많은 기억들을 흘리는 동안
어느새 나 혼자 남았다
언젠가는 너도 이곳을 지나갈까
그 때까지 이 편지는 여기 남아 있을까
반듯하게 접은 종이 위에
작은 돌 하나 올려 놓고서
그래 그래도 난
공들여 접은 편지 위에
작은 돌 하나 올려 놓고서
그래 그래도 난 다시 길을 가야지
혹시 이제 우리가 어딘가에서
다시 한 번 마주칠 일은 없을 지도
버려도 다 버리지 못 할 너의 기억
함께 가는 이 길이 외롭지 않아
반듯하게 접은 종이 위에
작은 돌 하나 올려 놓고서
그래 그래도 난
공들여 접은 종이 위에
작은 돌 하나 올려 놓고서
안녕 이제 난 다시 길을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