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보, 찾아온 흥보 모른척 하는데

유영애

아니리

아 이러고 건너가다 놀보 하인 마당쇠를 만났겄다 “아이고 작은 서방님 고 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요?” “오냐 마당쇠 너 잘 있었으며 요새 큰 서방님 성질은 좀 어쩌하시더냐” “아이고 말씀 마십시오 작은 서방님이 계실 적에는 제사를 모셔도 음식을 많이 장만하여 포군을 시키시더니 작은 서방님 떠나신 후에는 대전으로 바칩니다 이것은 편이다. 육이다. 포다. 패지를 써 붙이니 이 통에 들어 가셨다가는 매만 실컷 맞고 갈 것이니 그냥 도로 건너 가시지 “그러나 내가 여기까지 왔다가 형님을 아니 뵙고 간대서야 인사도리가 되겠느냐 흥보가 성큼성큼 놀보 사랑 앞에 들어서니 어찌 겁이 났던지 “아이고 형님 소인 문안이요" “예성씨가 뉘 댁이시오”

창조

“아이고 형님 동생 흥보를 모르시요" 놀보가 능청을 떠는디 "흥보. 흥보 나 금시초면인듸 작년에 쟁기 지고 도망간 놈은 청보요. 아 또 곶갱이 지고 도망간 놈은 흥본디 나 과연 모르것오 아 그리고 내가 오대차 독신으로 내려온 줄은 삼척동자가 다 아는되 날 보고 형님이라니 당신 길 잘못 들었소. 저 넘엇 동네로 가서 한번 물어 보시라요" 흥보가 빌면 될 줄로

진양

두 손 합장 무릎을 꿇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형님 전에 비나이다 살려주오 살려주오 불쌍한 동생을 살러주오 그저께 하루를 굻은 처자가 어제 점도록 그저 있고 어저깨 하루를 문드러미 굻은 처자가 오늘 아침을 그저 있아오니 인명은 제천이라 설마한들 죽사리까마는 여러 끼니를 굶사오면 하릴없이 죽게가 되니 형님 덕택에 살거이다. 벼가 되거든 한섬만 주시고 쌀이 되거던 닷 말만 주시옵고 돈이 되거던 닷냥 만 주시옵고 그도 저도 정 주기가 싫거던 이명기나 싸래기나 양단간의 주옵시면 죽게된 자식을 살리것소. 과연 내가 원통하고 분하여서 못 살것소 천석군 헝님을 두고 굶어 죽기가 원통합니다 제발 덕분의 살려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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