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만나면
새로운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만나면
아무도 미래를 말하지 않았어
좋아하던 여자애 이야기
실패했던 첫사랑 이야기
울며 힘들어하던 이야기
약속한 듯이
무엇이 비칠까 두려운 눈들이
덜 채운 술 잔 밑으로 숨어서
아무도 그 위를 쳐다보지 않았어
술잔은 쳇 하고
가벼운 소리로 부딪혀
아무 것도 할 얘기가 없어질 때면
자리를 옮겨 가며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빈 술병만을 남겼어
모두가 전화기를 들여다 볼 때쯤
술자리는 끝났고
모두 즐거웠다고
실없는 포옹으로 눈길을 피하고
다시 만나잔 인사는
허공에서 흩어져
그것은 더 많은 대화를 했다는
증거라 믿어도 재회를
약속하는 손들은 허우적거려
무엇이 비칠까 두려운 눈들이
덜 채운 술 잔 밑으로 숨어서
아무도 그 위를 쳐다보지 않았어
술잔은 쳇 하고
가벼운 소리로 부딪혀
아무 것도 할 얘기가 없어질 때면
자리를 옮겨 가며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빈 술병만을 남겼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빈 술병만을 남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