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따 같은 싱글 코트를 입던 이천십칠년
흰색 아디다스를 신고 향했던 끝엔
꽁지머리 밴드부형 소닉유스 얘기를 하고
연애 경험을 속여 말하는 오
엉큼한 바보들의 꿈
선배들의 차에 올라타 떠난 성북동 길에
빨간 저녁 노을은 내게 무엇을 저주하는지
마냥 즐겁지만은 못했던 것 같아
나는 늘 그곳에 있지 못했어
어떤 것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날엔
나 뭐가 두려워 아무 말하지 못하고
찬란하게 도망치는 순간 붙잡고 남았던 것은
증명할 수 없는 긴 시간들의 무덤 뿐
옷을 벗고 소리 지르던 새벽 동아리방에
맥주 한 두 캔씩을 몰래 마시고
우린 전부 잘 될 거야 말하던 친구 녀석들은
이젠 더 이상 숨을 쉬지를 않아
어떤 것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날엔
나 뭐가 두려워 아무 말하지 못하고
찬란하게 도망치는 순간 붙잡고 남았던 것은
증명할 수 없는 긴 시간들의 무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