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80년송 / 해에게서 소년에게 (시인: 최남선)

양지운

♥ 해에게서 소년에게 ~^*
<신시 80년 송>

- 최 남 선  詩

1
처얼썩 처억썩 척 쏴아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2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결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얼썩 처얼썩 튜르릉 꽉.

3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이 있건 오너라.
처얼썩 처얼썩 튜르릉 꽉.

4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조그만 산(山)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벽만한 땅을 가지고
그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5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깊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저 따위 세상에 저 사람처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6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맞춰 주마.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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