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어간다
휑한 공허함에도
꽃이 피어간다
꽃이 피어간다
끝없는 나태함에도
꽃이 피어간다
난 점점 받아들여질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무기력한 일상 속에
자신의 모습을 가두어두고
한없이 비굴한 나의 세계에서
한숨으로 가득 찬 나의 정원과
한없이 초라한 나의 세계에서
절망밖에 남지 않은 나의 화단에
꽃이 피어간다
삶의 혹독함을 모르는 듯
꽃이 피어간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듯
꽃이 피어간다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꽃이 피어간다
난 점점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부질없는 자존심에
자신의 논리를 가두어놓고
한없이 비굴한 나의 세계에서
한숨으로 가득찬 나의 나무와
한없이 초라한 나의 세계에서
절망밖에 남지 않은 나의 텃밭에
꽃이 피어간다
이기적인 햇살을 받으며
꽃이 피어간다
욕심스레 빗물을 마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