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핀 적엔 보지 못했네
꽃 잔치 받치던 잔가지들
잎 날 적엔 보지 못했네
뻗으려 애쓰던 가지에 끝들
굳건하던 줄기와 억센 뿌리들
단풍 들고 낙엽 지고 서리 내리고
꽃도 잎도 열매도 떠난
겨울, 지금에야 나는 보았네
푸르던 그늘 아래 벌레 먹은 자리들
가지 잃은 상처들 상처마다
무심한 딱정이들
얼마나 줄기를 올려야 하나
어디쯤 가지를 나눠야 할까
머뭇거리던 시간들
견디다 견디다 살갗에 새긴 깊은 주름들
꽃도 잎도 열매도 떠난
겨울, 지금에야 나는 보았네
비로소 꽃도 잎도 열매도 아닌,
저 나무가 햇살에 빛나는 것을
조용히 웃고 서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