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과 선녀 꿈속에서 만나는 대목

박송희

(아니리) 이조 세종 연간 경상도 안동 땅에 한 선비가 있었는디 성은 백이요, 이름은 상군이었다. 부인 홍씨와 이십년을 지냈으되, 슬하에 자녀없어 항상 슬퍼하다 명상대천에 기도하여 아들 하나를 두었으되, 이름을 성군이라 하고, 자를 현진이라 지었겄다. 점점 자라매 용모가 준수하고, 성품이 온유하며 문필이 유려하였다. 백 상군 부부는 아들에게 알맞은 배필을 얻어 슬하에 재미를 보려고 혼처를 구하였으나, 알맞은 규수 없어 항상 근심중에 지낼 적에, 때는 벌써 성군나이 이팔이었다. 이때 춘풍가절에 성군이 서당에서 글을 읽다 몸이 노곤하여 깜박(잠깐) 조을적에
(중모리) 꿈 가운데 어떤 선녀 푸른 저고리 붉은 치마 입은 낭자가 문을 반만 열고 들어와 앉더니마는 도련님 저는 숙영인디 도련님과 저와는 하늘이 맺어주신 연분이라 찾아왔소.
성군이 하는 말이 나는 속세 인간이요, 낭자는 하늘에 사는 선녀인디, 나와 어찌 인연이 되오리까. 낭자가 공손히 여짜오되, 도련님은 본디 하날에서 비내리는 선관이요, 여느 때 비를 잘못 내리신 죄로 인간으로 귀양을 하셨지만, 저와 상봉할 날이 있을 것이니 그리 짐작하옵소서. 말을 마친 후에 인홀불견 간 곳이 없다. 성군이 깜짝 놀래 깨고 보니 꿈이로구나.
(아니리) 낭자는 간 곳 없고 향취만 남았구나. 꿈 속에 본 낭자 눈에 삼삼하고 그 음성 귀에 쟁쟁 남아있어 앉었는 듯, 누웠는 듯, 눈 감으면 곁에 있고 눈 뜨면 간 곳 없으니 시름시름 병이 드는디, 이것이 바로 상사병이라는 것이었다.
(창조) 아무리 생각해도 꿈 속에 본 낭자를 잊을 길 바이 없어
(진양조) 그 때여 성군은 낭자를 잊을 길 바이 없어 술에 취한 듯 미친 듯이 지낼 적에 온 몸이 초췌해지고 몸에서 땀이 주루루루 흘러 가슴이 벌렁벌렁 겨우겨우 정신을 차려 서당으로 물러나와 고요히 누웠으나 낭자 생각 뿐이로구나. 이 때에 낭자가 나타나서 도련님, 저 때문에 병들었으니 어찌 마음 편하리까. 도련님을 위로헐 양으로 저의 화상과 금동자 한 쌍을 가져 왔으니 밤이면 화상을 안고 자고 낮이면 병풍 위에 걸어두고 저 본듯이 보옵소서. 성군이 반기 여겨 낭자를 바라보더니마는 낭자 손을 부여잡고 만단 정희 풀리할 제 인홀불견 간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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