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모난돌


따로 또 같이

길을 나서면 미행처럼 따라붙는 바람
고스트처럼 나를 통과하는 사람
북풍 북풍 살이 아픈 서풍
수행처럼 침묵하며 길을 잡아다녔네
떨어져내리는 한 걸음마다
보도 블럭은 나를 피해 가루가 되었지
모두들 과즙 묻은 내 입을 바라보며
낙원을 망친다고 비난을 해대
통에 내 거리는 어느덧 사막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끔벅거리며 낙타 한 마리가
이윽고 물끄러미 스쳐간다

왔던 길이 어디서부터 지워졌는지
북극성은 알려주지 않았네 도망쳤네
별은 떨고 모두다 가시가 되고
"자아 우리 다같이 조심하기로 해요"
상처주지 않기 상처받지 않기
우리는 선인장 나라 주민들
나는 알지 이젠 지쳐 몸을 사리는 부인들과
나는 알지 만반으로 준비가 다 된 아가씨들
리듬을 맞춰 걸어가야겠지
행진곡에 쓸리지 말고
페이스 유지 품위를 지켜
비트가 무덤에서 깨어날 만치

* 따로따로 또 같이, 따로 또 가치치
따로따로따로 또, 따로 같이 또 같이
따로따로 또 같이, 따로 또 가치치
따로따로 또 따로 또 같이, 또 따로 또 같이

그러나 저기에 나의 벗이 신호한다
우리가 아는 것은 블루 노트, 시가,
헤이즐넛, 검은 12인치와
구석에 처박힌 씨네마떼끄
"아우, 누가 나의 취미를 위해
다달이 십만 원만 보태줬으면"
광속으로 질주하다 멈춰 긁는 한 마디
"이런, 언더시군요!" "아니, 온 더요"
...실수는 지퍼를 올리
지만 어떤가 그도 바뀌어봤겠지
다음 블럭을 끌어당기며 아는 휘파람
재즈처럼 걷는다 비밥 콤보가 나의 양식

만나고 헤어지고 남은 것은 주부처럼
만나고 헤어지다 늘어난 가슴
양치기 소년 나를 보고 몸 사린다
"크게 믿지 않으면? 크게 속지 않지!"
내가 되고 싶은 것은 대명사
나는 아주 까다로운 구매자
일괄구매를 강요하는 세상 앞에서 나는
다신 만나기 싫은 종합증세세트
가자 따로 또 같이 가자
유성처럼 사선을 긋다가 스칠 친구
어제 둘이었으니 오늘도 겨우 혼자
오늘 혼자이니 내일은 무려 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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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풀잎  
따로 또 같이 가을편지  
따로 또 같이 이 한밤을  
따로 또 같이 사랑이란 건  
따로 또 같이 내님의 사랑은  
따로 또 같이 가을 편지  
따로 또 같이 맴도는 얼굴  
따로 또 같이 뜨거운 노래  
따로 또 같이 외로운 길손  
따로 또 같이 커튼을 젖히면  
따로 또 같이 이대로가 좋아요  
따로 또 같이 잠 못 이루는 이밤을  
따로 또 같이 그대 미움처럼  
따로 또 같이 내 님의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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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맴도는 얼굴  
따로 또 같이 가을 편지  
따로 또 같이 사랑이란 건  
따로 또 같이 황량한 목소리  
따로 또 같이 내님의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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