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지는 칡넝쿨 밑에
푸른 숨결은 내 것이로다.
세월이 아주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 것이로다.
오고 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땅속에 파묻힌 찬란한 서라벌.
땅속에 파묻힌 꽃 같은 남녀들이여.
오--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을,천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나와서
어둠 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이 한 마디 말 님께 아뢰고, 나도,
이제는 바다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아 계시는 석가의 곁에
허리에 쬐그만 향낭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위 속에서
날이 날마다 들이쉬고 내쉬이는
푸른 숨결은
아, 아직은 내 것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