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봄 여름가을겨울


흐린 오후 하늘가에
검붉은 노을 걸리면
길 건너 회색 건물 위로
하얀 미소 떠오른다
김 서린 창에
글을 쓰던 너의 하얀 손 끝에
파란색 우산 건네며
우린 그렇게 만났지
스쳐 지나 버린 인연
돌이킬 수 있다면
돌아갈 수 없는 저 하늘 너머
날아갈 수만 있다면
잊혀진 시간의 강을 건너
너를 품에 안을 수 있을 텐데
창가에 편지를 놨다
아쉬움을 함께 접어
처마 밑 너의 창문 아래
아침은 더디게 다가오더라
마주치지 못한 인연
돌이킬 수 있다면
돌아갈 수 없는 저 하늘 너머
날아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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