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어느 도시의 광장에 행복한 왕자의 동상이 우뚝 서 있었단다. 왕자의 온 몸은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으로 덮여 있었고, 두 눈에는 푸른 사파이어가, 칼자루에는 붉은 루비가 박혀 있었단다.
“우와, 저 동상 좀 봐. 정말 아름답지?”
“저 행복한 왕자 동상이 이 도시의 자랑이잖아요.”
어느 날 밤, 제비 한 마리가 이 도시를 지나게 되었어. 따뜻한 나라로 날아간 다른 제비 친구들보다 뒤쳐서 급하게 날아가던 중이었지. 제비는 왕자의 동상 발치에 내려앉았어.
“오늘은 이곳에서 잠을 자야겠어. 멋진 황금 침대인 걸!”
제비가 막 잠이 들려는데 물방울이 툭 떨어졌어. 툭, 툭 계속 떨어지는 거야. 제비가 날아 올라가 보니 동상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
“왕자님, 왜 우는 거예요?”
“제비야, 난 살아 있을 때 눈물을 흘린 적 없는 행복한 왕자였단다. 그런데 이 도시의 슬픈 모습 때문에 눈물이 저절로 흐르는구나. 비록 내 심장은 납으로 되어 있지만 말이야. 지금도 저 골목 끝에 사는 아이는 열이 펄펄 끓어 누워 있단다. 시원한 오렌지를 먹고 싶어 하는데 가난한 어머니는 그저 물밖에 줄 수가 없구나.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으니 나 대신 칼자루에 있는 루비를 뽑아 저 집에 가져다 주겠니?”
“싫어요. 아이들은 우리를 못살게 굴어요.”
“제비야, 부탁이다. 저 아이를 도와줘.”
“왕자님 모습이 너무 슬퍼 보이니 이번 한번만이에요.”
제비는 루비를 뽑아 골목 끝 집으로 날아갔단다. 골목 끝 집의 아이는 열이 나 얼굴이 빨갰어. 그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누운 침대 곁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지. 제비는 탁자 위에 루비를 살짝 내려놓고 아이의 빨간 얼굴 앞에서 날개로 부채질을 해 주었어.
“아이, 시원해! 하나도 아프지 않아.”
아이는 잠꼬대를 하더니 다시 잠이 들었어. 제비는 돌아와 왕자에게 말했어.
“왕자님,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온몸이 따스한 것 같아요.”
왕자가 미소 지으며 말했어.
“네가 착한 일을 해서 그렇단다.”
“와, 가슴이 정말 따뜻해졌어요.”
다음 날, 제비가 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