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의 다리위를 거닐며 (시인: 정공채)

배한성
앨범 : 애너벨 리 Vol.4 (한국편)

♠ 우중의 다리 위를 거닐며
                              -정공채 詩
 
기억(記憶)의 자욱한 비안개가 다리 위에 와서 머문다.
젖은 비는 우산을 타고 내리고
나는 행복한척 부루우스를 출까.
천대 받는 빨가벗은 나의 가난한
빨가벗은 뒷다리는 빗물에 젖으면서
나는 어젯밤 전차가 꽃잎을 많이 죽인
아픈 기억의 다리 위를 거닌다.
우중(雨中)에 다리 위를 거닐면
걸린 비안개는 밤으로 젖어가고
나는 다리 위에서 담배를 피워 문다.
하늘은 우산 위에 밤비로 내리고
담배를 든 나의 손에는 빨간 꽃 탄다.
전쟁이 오던 그해 여름까지 살았던 당신
사랑의 입술 같아 나의 입에 가져 가면
나의 쓰린 입술에 쬐고맣게 빨갛구나!
사색(思索)의 왼손에 끼인 담배는 우산 밑에 있고
한손은 열심히 우산을 받으면서
우중의 다리 위를 나는 왜 거닐까.
지금은 위험한 상황에 있으면서
자본의 물결처럼 부루우스를 출까.
전후(戰後)에 뼈저린 비는 자꾸 자꾸 내리고
우산을 버려라! 우산을 버려라!
무에 급하냐지만 지금은 다리 위다.
오늘 우리 청춘은 우중에 서서
다리 위에서 다리 위에서 이렇게 가슴이
아프다.
어젯밤 수면(水面)위로 대부분 꽃닢 지고
혹은 남의 여자는 외인(外人)과 손을 잡았다.
전차의 무지한 바퀴가 딩굴고 간 자리
한번 죽은 입술은 다시 피어 안 오른다.
결국은 검어도 영가(靈歌)를 부르는
낡은 마차 버려진 창고모퉁이에 기댄
영가(靈歌)를 노래하는 입술 무딘 검둥이 같이
이제 우중의 다리 위를 나는 거닐며
전후의 목쉰 노래로 안타깝게 목쉰다.
비오는 우산 위로 하늘은 들었던
우산을 던져라! 우산을 던져라!
얼굴은 찡그린대로 슬퍼도 기쁜듯이
무덤에 잔디꽃 많이 피운 전후를 외운다.
강(江)만 건느면 아무리 우중이지만
강(江)을 건느면 잠깐을 함께 잘 여자는 있어도
나는 여전히 전차에 깔린 꽃의 당신만,
전후에 뼈저린 비가 줄줄이 내리는
지금은 위험한 우중을 걸으며
다리 위에서 나의 청춘도 비를 맞고
조용히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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