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 어사또 알아 보는데

은희진


아니리
어사또 다시 묻지를 않으시고 금낭을 어루만져 옥지환 내어 행수기생 불려주며 네 이것 갖다 춘향 주고 얼굴을 들어 대상을 살피라 일러라 춘향이가 이걸 받어볼리 없지마는 어젯 저녁 옥문 밖에 서방님이 오셨고 어제 아침 봉사에게 꿈 해몽 허던 일이 하도 이상허여 마침 몰라 받어보니 이별시에 서방님께 드렸던 지가 끼던 지환이라 춘향이가 넋 잃은 듯이 들고 보더니마는 아이고 니가 어디를 갔다 이제야 나를 찾아 왔느냐 대상을 바라보고 아이고 서방님 한 번을 부르더니 그 자리에 엎드러져서 말 못허고 기절헌다 어사또 기생들을 불러 분부허시데 춘향을 불러다 대상에 뉘여놓고 찬물도 떠 먹이며 수족을 주무르니 춘향이 간신히 정신 차려 어사또를 바라보니 어젯 저녁 옥문 밖에 거지 되어 왔던 낭군 춘풍매각 큰 동헌에 맹호같이 좌정허신 어사낭군이 분명쿠나 춘향이가 반가운 마음으로는 와락 뛰어 건너가 어사또를 부여안고 실컷 울고도 싶지마는 어느 존전이라 그럴 수도 없고 어사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울음도 반 웃음도 반으로

중모리
마오마오 그리 마오 모지고도 독하디다 서울양반 모집듸다 기처불식이란 말이 사기에는 있지마는 내게 조차 이러시오 어젯 저녁 오셨을 제 날 보고만 말씀허셨으면 마음놓고 잠을 자지 하룻밤 썩은 간장 십년 감수를 허것네 반가워라 반가워라 설리춘풍이 반가워라 외로운 꽃 춘향이가 남원옥중 추절이 들어 떨어지게 되었더니 동헌에 새 봄이 들어서 이화춘풍이 날 살렸네 우리 어머니는 어디를 가시고 이런 경사를 모른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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