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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하지 않았어 심상율

변했다 생각했는데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성숙해졌다 생각했는데 예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너는 내 것이라는 욕망 너의 팔목을 잡는 집착 너를 시새움 하는 질투 모두 사라졌다 생각했는데 무엇하나 변한 것 없이 그대로다 변했다 생각했는데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똑같은 상황이 오면 예전에 범했던 실수를 다시 반복할 것이다 과거는

중2병 심상율

중2병 현재진행 중 나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지 나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어 나는 세상에 맞추지 않았어 내가 세상의 중심이야 나만의 세계가 있으면 어때 오글거리는 말을 하면 어때 공상에 빠져 있으면 어때 이게 나인걸 나는 중2병을 고치지 않았어 세상의 틀에 맞추지 않았어 세상의 눈치를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룰

거울 속의 나 심상율

나는 거울을 보지 않아 내 모습이 궁금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신경 쓰지 않아 이게 정신 건강에 좋아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면 정신이 붕괴돼 버려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저렇게 생기지 않았어 거울 속의 나는 한 마리의 짐승과 같아 아니 짐승보다는 괴물이야 시커멓고 거대한 괴물 한 마리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어 내 기억 속의 나는

잘했어 심상율

세상이 각박해 칭찬에 무색해 언제 마지막으로 칭찬을 들었는지 모르겠어 어린아이일 때는 모든 것에 칭찬을 들었어 잘했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어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각박해져 칭찬에 대한 기준이 높아져 언제 마지막으로 칭찬을 들었는지 모르겠어 나이가 들수록 칭찬 들을 일이 없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사람은 춤만 추겠어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세상이야 세상은

후속편 심상율

나는 아직 죽을 수 없어 후속편을 봐야 해 전편의 감동을 잊지 못했어 후속편을 못 보고 죽는다면 너무 억울하잖아 남몰래 훔쳤던 감동의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았어 아직 내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음성 아직 내 가슴을 진동시킨 웅장한 노래 아직 내 눈앞을 화려하게 수놓은 영상 전편의 기억이 생생해 후속편을 보지 못하고 죽는 것은 너무 억울하잖아 아직 죽을 수 없어

도전할 용기 심상율

난 겁쟁이였어 모든 일에 핑계를 만들었어 경쟁자가 많아 너무 어려워 나에겐 필요 없어 응시료가 비싸 전부 핑계였어 사실 무서워서 핑계를 만들었어 낯선 것을 시도하는 게 두려웠어 그래서 도전조차 하지 않았어 낯선 글자 낯선 사람 낯선 장소 낯선 것이 무서웠어 난 겁쟁이였어 이런 나에게 도전할 용기를 준 사람이 있어 왜 해보지도 않냐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재밌지

만화책 심상율

어릴 때는 만화책을 많이 읽었지 어릴 때는 만화책을 정말 많이 읽었어 만화책이 TV보다 재밌었어 앉아서도 읽고 엎드려서도 읽고 누워서도 읽었어 만화책을 손에서 놓지를 않았어 하도 많이 봐서 책을 테이프로 수선해서 읽었어 그 시절의 만화책은 상식이나 퀴즈를 다루었어 그래서 박학다식했었지 지금은 언제 마지막으로 책을 잡았나 싶어 만화책은 더 까마득해 어릴 때는

물욕의 근심 심상율

만들지 근심이란 해결되지 않는 일 때문에 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는 것이지 물욕이 근심이 되면 무한히 우울해지지 물욕에 끝이 있나 통장의 숫자만 하루 종일 보고 있지 돈을 쓰고 싶어도 못 써 잔고의 단위가 바뀌기 때문에 사고 싶은 것도 못 사지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행복해지지 숫자가 줄어들면 우울해지고 참 이상해 어디까지 숫자가 올라가야 기분이 변하지

나는 수단이었던 거지 심상율

나는 결국 수단이었던 거지 나는 목적이 아니었어 나는 그저 수단일 뿐이었어 나는 너에게 목적인 줄 알았어 나와 함께하는 것이 목적인 줄 알았어 그러나 진실은 목적을 위해 나를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었어 나를 사용하면 더 쉽고 더 빠르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으니깐 나는 그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것뿐이었지 그 사실을 모르는 나는 내가 목적인 줄 알고 최선을

선악 심상율

나는 악하다 나는 내가 선한 사람인 줄 알았다 법이 없어도 법이 있는 것처럼 살아갈 줄 알았다 나는 선천적으로 선한 사람인 줄 알았다 내가 악하다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악한 사람이었다 나는 악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법이 만든 죄를 무서워했고 사람들끼리 정한 규율을 무서워한 것이었다 죄를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나는 악이 되었다 무의식 속에 악이 항상

길을 잃었다 심상율

길을 잃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이제껏 제대로 왔다 생각했는데 앞이 가로막힌 막다른 길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에 멈춰있는가 내가 지금껏 걸었던 길은 무슨 길이란 말인가 분명 정도라 생각했는데 막다른 길이다 여긴 어딘가 난 어디로 왔는가 난 무슨 길을 걸었나 한 치 앞도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고 왔던 길을 돌아갈 수도 없다 나는

미성숙 심상율

나는 미성숙해 나는 아직 성숙하지 못해 이기적이야 내기 지켜야 할 것은 내 몸 하나뿐이야 나 하나만 나 혼자만 잘 살면 그만이야 신경 쓸 것은 나 하나뿐이야 나는 가장이 아니야 가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의 가정도 없어 책임질 것도 없지 나의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야 부양할 것도 없지 나는 책임감도 없어 나 하나만 책임지면 되니 나는 미성숙해 자유롭지만

휘둘리는 나 심상율

나는 너에게 휘둘리고 있어 너는 희한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 시전자인 너는 모르겠지만 능력에 당한 나는 너의 능력을 정화할 수 없어 너의 능력에 당해버린 나는 너를 거역할 수 없게 돼 나에겐 귀찮은 일이지만 나는 묵묵히 하게 돼 그래서 너에게 휘둘리는 내가 참 한심해 너에게 아니라고 말 못 하는 내가 참 한심해 하지만 모든 사람이 너의 능력에 당하는 것은 아니기에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심상율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그때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결혼을 했을 거야 서로의 모습이 적절하게 보이는 아이가 있을 거야 아마 그럴 거야 행복할 거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나는 그려지지 않아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나아가지 않았을 거야 나를 발전시키지 않았을 거야 다니던 학교를

한달살이 심상율

나는 한달살이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한달살이 다음 달에도 월급이 들어올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불안해요 다음 달에도 돈을 벌어야 할 텐데요 나는 한달살이 저축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모을 수가 없어요 밥을 안 먹을 수는 없잖아요 밖에서 노숙할 수도 없잖아요 내야 할 공과금도 많잖아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잖아요 나는 한달살이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한달살이

말투 심상율

그대를 기억 속에서 다 지웠다 생각했지만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그대의 말투가 살아간다 그대와 대화한 비슷한 상황이 오면 나는 그대와 똑같은 말을 내뱉는다 말을 내뱉고는 흠씬 놀란다 내가 그대와 같은 말을 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는다 말은 좋은 말보다 나쁜 말이 더 오래 남기에 나는 그대가 했던 나쁜 말을 내뱉는다 나의 내면에는 그대가 산다 벗어났다 생각했지만

행복의 역설 심상율

행복한 기억이 나를 불행으로 이끌었다 행복했던 기억을 되뇌었다 찬란한 몽환에 달콤하게 취했다 나의 기억 나의 과거 나의 젊음 나의 행복 모든 것이 나였다 나였지만 나는 아니다 지금의 나는 행복을 가진 내가 아니다 과거의 나의 행복을 가진 내가 아니다 과거의 나의 행복이 지금의 나를 불행으로 이끈다 다시는 저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행복으로

멸종위기종 심상율

나는 멸종위기종이야 이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생명체지 옛날 사람에게는 익숙하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생태교란종인 멸종위기종이지 나는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이제 당연하지 않다고 해 나는 나대로 살아가는데 흔치 않은 청년이라 불러 뭐가 흔하지 않은지 모르겠어 이게 당연한 거 아니었나 비정상이 다수가 되면 정상이 되는 것이지 옳고 그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그저 다수가

필름 타임머신 심상율

내 어릴 적 추억을 찾아 옛날 필름을 돌려보네 나의 십 대 시절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그 시절 유행하던 노래 그 시절 유행하던 옷 그 시절 유행하던 감성 그 시절 어딘가에 살아가던 나 저 필름과 같은 시기에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내 기억 속 먼지 쌓여 있던 필름들을 영사기에 돌려보자 지금은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 지금은 아무도 입지 않는 옷 지금은

회상의 노래 심상율

타임머신은 이미 존재한다 엄지손가락만 한 MP3 플레이어 안에는 나를 과거로 보내주는 타임머신이 들어있다 MP3 플레이어 안에 들어 있는 노래 목록들은 몇 년도 몇 월에 도착할지 기록해둔 좌표다 그 좌표를 따라 나는 과거로 간다 그때의 노래를 들으며 그때를 열람한다 이 노래와 함께 기록한 장면을 열람한다 희미한 미소가 띤다 기분이 좋다 나는 지금 10대의 어느

안녕 그대 심상율

안녕 사랑하는 그대 아무도 언제 올지 모르는 첫눈처럼 나에게 왔던 그대 시린 날들이 지나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새싹들처럼 날 떠나가요 흐르는 물처럼 시간이 흐르면 바다를 만나게 될 거예요 내가 없어도 빛이 나는 그대여 이제 흘러갈 시간이예요 그대 날 떠나가세요 해가 져도 빛이 나는 달처럼 그대 날 떠나 빛을 내줘요 내 마음 시린 대도 그댈 위해 멀리 떠나요

흑고니 심상율

입장 전부터 땅을 울리는 클럽 안 베이스 소리 마치 심장 박동 같아 스테이지로 가는 복도는 마치 나를 위해 준비한 런웨이 같아 어두운 복도를 지나 맞이한 스테이지 벽면을 가득 채운 전광판 쉴 틈 없이 쏘아대는 레이저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 온몸을 진동시키는 스피커 어디 한번 즐겨볼까 나는 저 비둘기와는 달라 바닥에 뿌려진 모이처럼 여자 주변으로 모이지 않아

타락 심상율

나는 다른 사람이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소년 만화에 나올 듯한 주인공이었던 내가 아니다 우정 사랑 그게 전부라 생각했지 친구와 함께라면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 애인을 위해서라면 내 한 몸 부서져도 상관없다 생각했지 10년이면 몸의 세포조차 모두 바뀌어 지금이 그때의 나일까 이제 추상적인 말을 믿지 않아 그런 형체 없는 농락은

불안정 심상율

나는 불안정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이 변해 기뻤다가 슬펐다가 즐겁다가 우울하지 나는 불안정해 감정의 끝은 결국 깊은 슬픔으로 향하지 자신과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인가 고립되어 있어 고통뿐인 세상에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계속 질문을 던지지 삶은 우울의 기초위에 행복이 잠깐 머무르다 가는 것이지 그럼 다시 고립된 우울만 남지 하루에도 수십번 고민해 이 우울의

Cute aggression 심상율

Cute aggression 뇌가 과도하게 행복한 상태가 되면 감정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 정반대인 공격성을 유도하는 것 그래서 날 깨물고 싶어 했구나 귀여운 공격성 그때는 몰랐지 왜 나를 그렇게 깨물고 싶어 하는지 살살 깨무는 것도 아니야 살점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니깐 팔을 깨물어도 되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섬뜩했어 그렇지만 이런 이유라면 얼마든지 내어줄게

연애살 심상율

너의 사랑을 먹고 쪄버린 연애살 내 몸 이곳저곳에 너에게 받은 사랑이 남아 너를 잊지 못해 눈물이 흐른다 마냥 미련하게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나는 너를 잊기 위해 달린다 나의 숨 한 번 한 번마다 나의 땀 방울방울마다 너와 함께한 추억을 뽑아낸다 힘들다 죽을 만큼 힘들다 너를 잊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살을 빼는 것이 힘든 것이라 되뇐다 언제 연애살이

친구할 사람 심상율

어릴 적부터 나는 쭉 혼자였어 아무도 나의 말을 이해 못 해 늘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았어 항상 혼자였어 외로웠어 친구들과 함께 웃고 싶었어 저 무리 속에 속하고 싶었어 그러나 내 주위엔 말 없는 내 그림자만이 항상 나를 따라왔어 왜 아무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아 나는 너희들을 헤치지 않아 나랑 친구 할 사람 없어 내가 어떤 모습이면 친구 해 줄 거니 무엇을

뉴스가 제일 재밌어 심상율

이제 뉴스가 제일 재밌어 어렸을 적 나는 TV로 뉴스를 보고 계시던 아버지에게 뉴스 말고 예능을 보자고 했지만 아버지께서는 뉴스가 제일 재밌다고 하셨어 그 당시의 나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뉴스를 볼 수 밖에 없었어 아저씨라 불릴 나이가 된 지금 이제야 이해가 돼 진짜 뉴스가 제일 재밌어 예능을 보니 이제 시시해 짜인 판에 연기하는 출연자가 안쓰럽게 보여 그래서

백수의 무게 심상율

아 귀찮아 시간은 여섯 시 아침 아니고 저녁 슬슬 일어나야지 우선 폰이나 좀 볼까 다 귀찮아 하고 싶은 게 없어 친구를 만나고 싶어 그런데 돈이 없어 나는 돈이 없는데 친구들은 시간이 없어 뭐 시답지 않은 일 하면서 바쁜 척들이야 뭐 한 달에 이백쯤 번다던데 그런 일을 왜 해 노동의 가치가 없는데 자기 몸만 상하지 집에 아무도 없나 빨리 나가서 뽀글이나 만들어

밥과 법 심상율

내게 밥과 법 중 하나만 선택하라 한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밥을 고를 것이다 법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헌법은 국가의 기틀을 만들고 민법은 재산을 지키고 형법은 생명을 지킨다 그러나 밥을 주진 않는다 법은 방패이자 검이다 지키며 살아야 하지만 알게 모르게 법을 어긴다 법은 숨 쉬는 것 하나까지 규정을 둔다 그런데 만든이조차 잊어버려 범법으로 숨을 쉰다

Kaamos 심상율

흑야에다 던져 놔봐 어둠 따윈 눈을 감을 뿐 칼날 같은 바람에 호수에는 유빙이 밀려 와 얼음이 성을 내며 날을 세우지만 나에겐 단지 조각 예술일 뿐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은 바늘같이 따갑지만 나에겐 그저 조각 얼음일 뿐 나를 더 혹한으로 몰아붙여봐 Kaamos Kaamos Kaamos Kaamos 해와 달이 공존하고 구름은 산이 되고 모든 것이 얼어 붙지만 나는

나의 가치 심상율

관심을 끌 때 나의 가치는 올라간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가 내 생각보다 낮아 억울할지라도 나의 결과물이 그 정도의 가치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결과물이 모든 것을 정한다 결과물이 좋아야 나의 노력도 서사가 된다 결과물이 좋지 못한데 투입한 재료가 많다면 실력이 좋지 못한 것이다 나의 가치가 낮더라도 실망해서는 안 된다 결국 결과물이 좋지 못한 것이기에 나는

영광스러운 최후 심상율

나에게 영광스러운 최후를 나에게 시시한 최후 따윈 가당치도 않아 화끈하게 살다 예술로 가는 거야 하품이 나오는 최후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늙어빠져서 걷는 것조차 불편해 흔들의자에서 편히 눈을 감는 것은 나는 원하지 않는다고 병에 걸려서 침대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촛불이 꺼져가듯이 서서히 다가오는 최후는 뜨겁지 못하다고 이런 최후는 누구에게도 주지 말란 말이야 재밌는

오래된 티셔츠 심상율

나에겐 오래된 티셔츠가 있어 오래돼서 군데군데 구멍이 나고 여기저기 찢어져 버린 낡고 낡은 티셔츠가 있어 남들은 누더기 보다 못한 옷이라고 빨리 버리라고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 이 티셔츠는 이미 내 피부와 같거든 다른 옷은 이만큼 편하지 않아 이 티셔츠보다 편한 옷을 찾게 된다면 버릴지 말지는 생각해 볼게 가끔 찢어진 부분으로 팔을 잘못 끼워 넣고 가끔

희망이 절망으로 심상율

하루하루를 연장했다 그 하루에 몇 번이고 포기를 되뇌었다 그만두고 싶다 포기하고 싶다 이 정도면 됐다 할 만큼 했다 버틸 만큼 버텼다 정신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희망 하나로 다잡았다 이 고통의 끝에는 낙원이 있으리라 확신했다 희망은 나를 구축하는 전부였다 하지만 희망은 절망이 되었다 희망은 나의 착각이었다 아니 망상이었다 나의 모든 행동은 의미가 없었다 나는

무운의 행운 심상율

강해져야 한다 단련과 수행 무장과 훈련 힘을 길러야 한다 체력을 길러야 한다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 나에게 언젠가는 큰 시련이 올 것이다 시련에 지지 않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 그 시련이 두렵다 그러나 시련을 이겨내면 나는 영광을 얻을 것이다 지금의 처절한 성장은 미래의 영광을 위한 극심한 성장통일 뿐이다 최후에는 모든 것이 끝난다 응원은 필요하지 않다 용기도

실피의 의지 심상율

공이 울렸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상대를 탐색한다 스텝을 밟는다 잽으로 견제한다 다시 스텝과 탐색 상대를 유인해 볼까 잽 아니면 훅 이런 생각이 길었다 상대의 스트레이트 나의 그로기 상대의 러시 흠씬 뚜드려 맞는다 빈틈이 생긴 가드 정신이 혼미하다 이성이 가출한다 체력이 깎인다 나의 녹다운 아마 나는 지금 실피 정신 차려야 한다 실피가 되었다는 것 외에는 변한

나의 목소리 심상율

심상율이라는 사람은 저 시대에 저런 생각을 하며 살아갔구나 전달할 수 있겠지 시간이 지나면 나의 생각이 부끄러워질 수 있고 나의 생각이 잘못됐을 수 있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기록 나의 목소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기록물 나의 목소리는 미래를 위한 역사적 사료 나의 생각은 나의 목소리로 미래를 살아가겠지 나의 생각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나는

예지몽 심상율

몇 달 길게는 몇 년 어느 시간인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현실로 나타날 꿈이다 이 꿈은 미래를 향한 확인 지점이 된다 이 꿈이 여기서 실현되는 구나 생각지도 못하게 실현된다 꿈이 실현되었을 때 내가 잘 살고 있었구나 느낀다 요즘은 예지몽을 꾸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불안하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이제 미래를 보여주지 않아도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 나는

긍정 회로 고장 심상율

너무 많은 부정이 입력되었습니다 모든 부정을 긍정으로 입력합니다 긍정 회로 고장 긍정 회로 고장 긍정 회로 고장 긍정 회로 고장 경사가 없네 경사가 없어 귀에 들리는 소리는 모두 부정이야 부정 뉴스를 틀어도 부정 폰을 들어도 부정 귀를 열어도 부정 긍정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부정적인 말만 들으니 뇌가 썩어들어가는 듯해 나는 그냥 웃을란다 미친놈처럼 그냥

Father's DNA 심상율

나에게도 아버지의 유전자가 남아있겠지 가끔씩 나도 모르게 발현되는 아버지의 유전자가 당혹스러워 나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아버지를 해도 되는 것일까 이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래도 되는 것일까 Father's DNA Father's DNA Father's DNA 내가 아버지가 되면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나도 아버지가 되면 아버지와

그 길 심상율

너와 매일 걷던 그 길눈을 감아도 환한 그 길매일 안녕 인사하던그 길에서 너와 마지막안녕을 말했어너와 매일 걷던 그 길이제 네가 없는 그 길더는 가지 못하는 그 길더는 걷지 못하는 그 길내 걸음으로 가지 못하는너의 집으로 가는 그 길너와 내가 걷던 그 길너와 맞춰 걷던 그 길손을 잡고 걷던 그 길그 길에서 너와 마지막걸음을 맞췄어너와 매일 걷던 그 길...

까마귀 심상율

광활한 도로 위끝없이 움직이는 불꽃들의 향연그 옆 고개를 꺾어야만끝이 보이는 빌딩 위에내가 서 있네무엇이 그리 바쁜지무엇이 그리 나쁜지쉼 없이 움직이고쉼 없이 걸어가네그 모습을 매일 난내려보네내려보네내려보네내려보네광활한 하늘 위를유유히 활공하고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자유롭게 날아가네무엇이 그리 바쁜지무엇이 그리 나쁜지쉼 없이 움직이는쉼 없이 아름다운저 ...

꿈 한 장 심상율

오늘이 며칠이지반복되는 일상에날짜마저 무감각해오늘도 어제와 같은하루를 보내겠지늘 그렇듯이어릴 적 내가 지금의나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꿈은 어디로 갔어이렇게 사는 거야정말 나인 거야이런 말을 할 거야미안해 꿈을 잃은 나어린 나를 따라과거로 가자꿈 한 장기타를 잡고 있네꿈 한 장노래를 부르고 있네꿈 한 장무대를 꾸미고 있네꿈 한 장꿈 한 장꿈 한 장나에게...

끝나지 않는 끝맺음 심상율

끝이 났지만끝나지 않은사랑을 하고 있다끝맺음 당한끝맺음을끝맺지 못하고끝이 없는무한 굴레를 돈다끝나지 않은 사랑은끝도 없이 상기된다잊어버리자는생각조차다시 생각나게 하는끝도 없는외침일 뿐이다끝을 내지 못한사랑의 끝맺음을끝낼 방법은사랑이 끝났다고계속 외치는 것뿐이다끝을 받아들이지 못해끝내지 못한 것이기에끝을 받아들여정말 끝이 났다는끝맺음을 지었을 때끝나지 ...

너만 나오지 않는 꿈 심상율

너를 처음 만났던 교실너의 책상 위에는펼쳐진 책 위에놓인 샤프항상 같은 위치에있는 필통의자에 걸쳐 놓은교복그 교복에 달린명찰모든 것이 그대로다첫 데이트로 갔던레스토랑촛불로 굽다 불이 붙어버린마시멜로조개를 하나씩 까주었던봉골레 파스타후식으로 마신 차가운버블티모든 것이 그대로다처음으로 같이 갔던영화관나란하게 붙어있는좌석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다 먹어 버린팝...

다가가 심상율

난 사랑에관심이 없었죠내 눈은 어두운밤과 같았죠사랑은 나와상관없다 믿었죠수많은 연인을 봐도별다른 감흥이 없었죠하지만 그대를 본 순간내 눈에 해가 떴죠봄에 꽃이 피듯이여름에 더위가 오듯이가을에 단풍이 들 듯이겨울에 추위가 오듯이난 그대에게 다가갔죠두근거리는 심장을뒤로한 채수많은 말들을생각한 채그대에게 말했죠아름다워요그대 웃었죠난 연애에관심이 없었죠내 눈...

붕어빵 심상율

겨울이 오면골목길에서 만날당신을 기다려요찬바람에 얼어버린나의 몸과 마음을녹여줘요당신의 체온으로날 감싸고세상은 따뜻해져요그대 겨울이 지나면날 떠나가겠죠당신의 생명이다하는 그날까지난 당신을 사랑할게요그대는 날 위한 사랑이 겨울 다할 때까지우리 함께해요당신의 심장이겨울의 심술에아프다면그대 날 위해뜨거워 말아요당신을 위해종이꽃고이 접어 드릴게요그대 날 위해뜨...

비 우기 심상율

호수가 말랐다위에서 떨어질 물도밑에서 솟아날 물도찾아볼 수 없다땅이 갈라졌다위에서 떨어질 물도밑에서 솟아날 물도찾아볼 수 없다무덤덤하다지독하게 이어지는건기조차 익숙하다이제 이 건기가원래의 모습인 듯이무덤덤하다구름이 모인다말라버린 호수와갈리진 땅은구름을 만든다이내 쏟아진다비우기눈물이 말랐다위에서 떨어질 눈물도밑으로 흘러갈 눈물도찾아볼 수 없다감정이 갈라...

숨바꼭질 심상율

잊어버린 술래를 찾아오래된 숨바꼭질을이어가 보자기억의 미로 속술래는 어디에 있나학교 뒤에 숨었나회사 뒤에 숨었나꼭꼭 숨어버린술래야어디에 있니금방이라도길을 잃어버릴 것 같아추억의 지도를 따라천천히 가자흩어진 선을 따라가면술래가 나올까흐르는 선율 따라가면술래가 나올까천천히 천천히 따라가술래가 보일까책으로 쌓은담벼락을 따라모니터에 적힌암호를 풀어미로의 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