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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한 장 심상율

오늘이 며칠이지 반복되는 일상에 날짜마저 무감각해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겠지 늘 그렇듯이 어릴 적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 꿈은 어디로 갔어 이렇게 사는 거야 정말 나인 거야 이런 말을 할 거야 미안해 꿈을 잃은 나 어린 나를 따라 과거로 가자 기타를 잡고 있네 노래를 부르고 있네 무대를 꾸미고 있네

사치인 꿈 심상율

꿈은 사치일 뿐이지 꿈이란 것을 가졌던 적이 있었지 열정만 있다면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달콤했지 환상적인 미래를 탐했으니 꿈꾸는 것은 돈이 들지 않으니까 그런데 현실은 돈이 들더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돈이 들더라고 어느 곳에 구멍이라도 생기면 다른 곳에서도 구멍이 생겨 온몸으로도 막기 힘들더라고 은행에서는 대출 만기 일자가 도래했다

꽃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심상율

꽃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꽃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꽃들은 소품이 아니에요 꽃도 살아있는 식물이랍니다 꽃을 밟아 버리고 꽃을 꺾어 버리고 꽃을 죽여 버리는데 죄책감이 없나요 꽃이 비명을 질러도 꽃밭에 들어가실 건가요 꽃이 말을 해도 꽃밭에 들어가실 건가요 꽃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꽃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꽃들은 소품이 아니에요 꽃들도 살아있는 식물이랍니다 인생 사진

노력의 배신 심상율

누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어 노력만큼 쉽게 배신하는 것도 없는데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노력의 결과는 운이 아닐까 죽어라 노력해도 안될 놈은 안되고 될 놈은 어떻게든 되니깐 나 아는 사람 없냐 명함 많은데 들고 가 이름 하나 알리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 일 줄 상상도 못했다 200곡 발매하면 인생이 바뀔 줄 알았어 근데 뭐

너만 나오지 않는 꿈 심상율

너를 처음 만났던 교실너의 책상 위에는펼쳐진 책 위에놓인 샤프항상 같은 위치에있는 필통의자에 걸쳐 놓은교복그 교복에 달린명찰모든 것이 그대로다첫 데이트로 갔던레스토랑촛불로 굽다 불이 붙어버린마시멜로조개를 하나씩 까주었던봉골레 파스타후식으로 마신 차가운버블티모든 것이 그대로다처음으로 같이 갔던영화관나란하게 붙어있는좌석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다 먹어 버린팝...

만둣집 심상율

백발의 할머니가 만두를 찐다 허름한 차림의 아저씨들은 말없이 만두를 먹는다 오직 벽만을 바라본 채 만두를 먹는다 조용한 적막은 단무지 씹는 소리에 깨진다 어떠한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늦은 점심을 먹는 아저씨들은 이곳이 고독을 만끽할 유일한 쉼터일 것이다 만두 점에 억압을 내려놓는다 만두 점에 핍박을 내려놓는다 만두 점에 근심을 내려놓는다 만두

한달살이 심상율

나는 한달살이 달 벌어 달 사는 한달살이 다음 달에도 월급이 들어올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불안해요 다음 달에도 돈을 벌어야 할 텐데요 나는 한달살이 저축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모을 수가 없어요 밥을 안 먹을 수는 없잖아요 밖에서 노숙할 수도 없잖아요 내야 할 공과금도 많잖아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잖아요 나는 한달살이 달 벌어 달 사는 한달살이

다양한 인생 심상율

어린 시절에는 다양한 인생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고 정해진 날에 또박또박 들어오는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생이 전부인 줄 알았어 세상 모든 사람이 직장인인 줄 알았어 참 어린 생각이었어 인생은 다양해 그 누구도 정해진 삶은 없어 사회가 규정한 삶은 없어 명의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사는 거야 사람 사람당 각자의 인생을

실수의 대가 심상율

실수는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밤낮이 따로 없었지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지 하루 이틀이 아닌 몇 년을 버텼지 차곡차곡 쌓아갔지 쌓여가는 결과물을 보며 고통을 씻어냈지 얼마든지 버틸 수 있었지 하지만 번의 실수는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지 노력과 성과 그리고 모든 것을 잃어버리지 단 번의 실수로 송두리째 뽑혀버리지 실수라는

좋은 꿈 용안

좋은 꿈을 꾸었으니 복권 사야지 일등 맞으면 우선 집을 사야지 그래 그래 차도 한대 사야지 어려운 동생들 도와주고 애들 시집 장가 보내야지 마누라 호강 번 시켜주고 저금도 해야하고 친구하게 턱 쏴야하고 이러다가 모자라겠네 행복한 꿈을 꾼다 복권 맞으면 좋겠네 일등 맞으면 참 좋겠다 좋은 꿈을 꾸었으니 복권 사야지 좋은

연애살 심상율

너의 사랑을 먹고 쪄버린 연애살 내 몸 이곳저곳에 너에게 받은 사랑이 남아 너를 잊지 못해 눈물이 흐른다 마냥 미련하게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나는 너를 잊기 위해 달린다 나의 숨 번마다 나의 땀 방울방울마다 너와 함께한 추억을 뽑아낸다 힘들다 죽을 만큼 힘들다 너를 잊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살을 빼는 것이 힘든 것이라 되뇐다 언제 연애살이

졸병의 의지 심상율

아무도 졸병을 신경 쓰지 않지 최전방에 세워진 졸병은 장군을 위해 기회를 만들 희생양으로 생각하지 남의 생각은 신경 쓰지 않아 비록 졸병일지라도 한걸음 전진 한걸음 전진 적진으로 들어가 느릿느릿 졸병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장군과 장군끼리 싸우기 바쁘지 한걸음 전진 한걸음 전진 뒷걸음은 없어 기마병이 달려 나가고 사방에 포탄이 떨어지고 화살이 땅에 박히는

거울 속의 나 심상율

나는 거울을 보지 않아 내 모습이 궁금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신경 쓰지 않아 이게 정신 건강에 좋아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면 정신이 붕괴돼 버려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저렇게 생기지 않았어 거울 속의 나는 마리의 짐승과 같아 아니 짐승보다는 괴물이야 시커멓고 거대한 괴물 마리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어 내 기억 속의 나는

아프지 않아 심상율

사람들은 이별이 아프대 차오르는 장맛비처럼 눈물이 쏟아진대 이별의 말을 듣는 순간에는 심장이 미어진 대 아픈 이별이 무서워 헤어지지 못했어 혼자 성을 쌓고 틀어막아도 막지 못하는 이별의 순간이 왔어 생각보다 아프지 않아 눈물이 터져 나오지도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도 없어 아프지 않아 흔한 만남 흔한 이별 그중에 명인 너야 널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 평범한 하루를

토요일 12시 35분 심상율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 창문 사이로 스치는 바람 느지막이 잠에서 깬 토요일 12시 35분 기분 좋은 적막 조금씩 음미하는 여유 커튼을 걷으니 쏟아지는 온기 창문을 젖히면 들이치는 공기 신선함에 번의 심호흡 조급함이란 없는 토요일 12시 35분 잔잔한 음악 따뜻한 커피 신비한 소설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토요일 12시 35분

남자가 사랑할 때 심상율

남자는 사랑하면 이성이 결여되어 버린다 남자란 생물은 단순하다 사랑하면 이성보다 감성이 우선시 된다 머리까지 생각이 갈 필요가 없다 그저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할 뿐이다 사랑하지 않을 때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해버린다 후회했겠지만 후회도 남지 않는다 사랑이 시켜서 행동이니깐 극도로 이성적이었지만 극도로 감성적이 된다 남자란 생물이

선의의 거짓말 심상율

선의의 거짓말은 정말 선의일까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이 가능한 것인가 선의의 거짓말을 당사자는 선의일지라도 듣는 사람에게는 악의가 될 수 있다 선의의 거짓말은 진실을 은폐한다 은폐된 진실은 거짓말을 낳는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기 마련이다 진실이 밝혀진 선의의 거짓말은 그냥 거짓말이 된다 거짓말은 악의다 고로 진실을

곧 봄 심상율

봄이 왔다 생각하면 어김없이 찬바람이 불어오네요 이 찬바람은 아직은 떠나기 싫은 겨울의 앙탈이겠지요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겠지요 모든 일에는 순서란 게 있지요 떠나야 하는 이는 떠나야 하고 피어야 할 것은 피어나야겠지요 꽃샘바람이 불어온다는 것은 봄이 멀리 있지 않다는 끝자락 겨울의 외침이겠지요 겨울은 차갑기만 줄 알았더니 따뜻한 면도

아무것도 하지 말자 심상율

아무것도 하지 말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무엇인가 해버린다면 무엇이 바뀌어 버린다 그 무엇이 좋은 쪽으로 바뀔지 나쁜 쪽으로 바뀔지 알 수 없는 법이다 무엇을 해버려 무엇이 바뀌어 무엇이 안 좋은 쪽으로 변해버린다면 안 것만도 못하게 된다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고

친구도 아니었네 심상율

어느 한순간이라도 너에게 난 친구였니 우린 죽마고우라 생각했어 훌륭한 동료라 여겼지 함께 고통을 이겨냈고 같은 길을 걸었어 매일 안부를 묻고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며 나아갈 길을 고민했어 실패를 겪고 절망에 빠졌을 때 수렁에서 건져주기도 했어 손끝이 시린 겨울 어느 날 따뜻한 커피 잔을 들고 산책하며 서로의 고민을 털어놨었지 정말 완벽한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다들 슬픔을 감춰 심상율

너의 눈물을 보여줘 너의 슬픔을 보여줘 너의 절망을 보여줘 왜 다들 슬픔을 감춰 왜 다들 웃고만 있어 왜 다들 행복한 척해 모두가 웃고 있어 명도 빠짐없이 웃고 있어 다들 슬픔을 감춘 채 웃고 있어 슬플수록 더 크게 웃어 슬픈 감정은 하나도 없다는 듯이 웃음으로 슬픔을 감춰 그리고는 남몰래 눈물을 훔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눈물을 훔쳐 너의 눈물을 보여줘

회상의 노래 심상율

타임머신은 이미 존재한다 엄지손가락만 MP3 플레이어 안에는 나를 과거로 보내주는 타임머신이 들어있다 MP3 플레이어 안에 들어 있는 노래 목록들은 몇 년도 몇 월에 도착할지 기록해둔 좌표다 그 좌표를 따라 나는 과거로 간다 그때의 노래를 들으며 그때를 열람한다 이 노래와 함께 기록한 장면을 열람한다 희미한 미소가 띤다 기분이 좋다 나는 지금 10대의 어느

가슴과 가슴의 거리 심상율

가슴과 가슴은 마주 보고 있어야 한다 가슴과 가슴은 서로 마주 보고 있을 때 가장 가까운 거리지만 서로 등을 돌려버리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된다 마주 보고 있지 않는 가슴과 가슴의 거리는 지구 바퀴가 되어버린다 같은 공간에 있다고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니다 서로를 마주 보고 있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가슴과 가슴은 마주 보아야

대체 불가 심상율

가졌더라도 매년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난다 되기 힘든 직업을 가졌더라도 자신을 대체할 사람은 얼마든지 나타난다 자신의 특기가 없다면 직업도 소용없다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자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특기를 살리자 무엇이든 대체 불가한 재능이 있다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세상에서 나만이 유일한 나를 위한 내가 되자 이 세상에서 단

산업단지 심상율

친구들은 산업단지로 갔어 같은 동네 같은 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친구들이 다 떠나갔어 일찍 가장이 되어버린 친구들은 다 산업단지로 갔어 상아탑에 발 한번 붙여보지도 못한 채 산업단지로 갔어 가난한 동네에서 가난하게 자라 가난한 사상을 가진 채 산업단지로 갔어 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산업단지로 갔어 산업단지에서 기계와 씨름하며 하루의 소음을

길을 잃었다 심상율

길을 잃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이제껏 제대로 왔다 생각했는데 앞이 가로막힌 막다른 길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에 멈춰있는가 내가 지금껏 걸었던 길은 무슨 길이란 말인가 분명 정도라 생각했는데 막다른 길이다 여긴 어딘가 난 어디로 왔는가 난 무슨 길을 걸었나 치 앞도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고 왔던 길을 돌아갈 수도 없다 나는

까진 발뒤꿈치 심상율

까져버린 발뒤꿈치를 보면 가슴이 시리다 내 발뒤꿈치가 까진 것도 아닌데 내가 다 아픈 것 같다 이 불편함을 참을 수 없기에 근처 약국에서 발뒤꿈치용 밴드를 사 들고 가 그대에게 건넨다 이제 마음이 편하다 그대가 아픈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한사코 괜찮다는 그대의 말을 무시하며 약국으로 달려갔다 그대가 아픈 것이 내가 아픈 것 보다 아프다 차라리 내가

한정판 심상율

더위를 견디면 산 물건은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며 하나의 변함도 없게 애지중지하며 신줏단지 모시듯이 정성을 다해 생각해 보면 세상에 한정판이 아닌 물건도 있나요 세상 모든 물건은 다 한정판입니다 심지어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이고 대체할 수 없는 당신은 왜 소중하게 다루지 않나요 한정판도 이런 한정판이 없습니다 당신의 몸은 저 한정판 물건보다 못한 것입니까 이

뒷북 축포 심상율

잠깐 기다려줘 축포는 늦으면 늦을수록 좋은 것이니깐 일이 확실히 마무리될 때까진 축포는 잠시 미루자고 조금 더 확실하게 조금 더 꼼꼼하게 조금 더 철저하게 더는 일이 생기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려 축포가 터진 후 일이 생기면 실수하기 마련이니깐 이제는 없겠지 더는 없겠지가 아닌 완벽하게 일이 끝나고 감감무소식일 때 이제는 축하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때

All leave you 심상율

날 떠나 내 생각조차 하지 않겠죠 그렇다면 나 지금 너무나 바보 같겠죠 머무르고 있을 수만은 없겠죠 이제 단념할 때겠죠 초련한 사랑 아련한 미련 사련한 추억 편련한 체념 이제 모두 당신을 떠나 All leave you All leave you All leave you All leave you 이제 그대를 향한 것은 모두 떠나가 남은 것이 없죠 나에게 남은

비 우기 심상율

쏟아진다 비 우기 눈물이 말랐다 위에서 떨어질 눈물도 밑으로 흘러갈 눈물도 찾아볼 수 없다 감정이 갈라졌다 위에서 떨어질 기쁨도 밑으로 흘러갈 우울도 찾아볼 수 없다 무덤덤하다 지독하게 이어지는 무감조차 익숙하다 이제 이 감정이 원래의 모습인 듯이 무덤덤하다 눈물이 모인다 말라버린 감정과 갈라진 마음은 눈물을 만든다 비 우기 호수를 채운다 땅을 적신다 구름은

물욕의 근심 심상율

물욕이 근심이 되면 무한히 우울해지지 물욕에 끝이 있나 통장의 숫자만 하루 종일 보고 있지 돈을 쓰고 싶어도 못 써 잔고의 단위가 바뀌기 때문에 사고 싶은 것도 못 사지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행복해지지 숫자가 줄어들면 우울해지고 참 이상해 어디까지 숫자가 올라가야 기분이 변하지 않을까 그 끝이 있을까 돈이 있어도 돈이 없다 생각해 참 이상해 만 원

친구 18호 심상율

오늘도 공원 밤거리를 둘이서 거닌다 너의 남자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둘이서 거닌다 너의 남자친구이자 나의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둘이서 거닌다 쌀쌀해진 밤거리를 뒤로 채 집으로 거닌다 서로의 이부자리에 들어 전화를 든다 고요해진 밤공기를 둘이서 지샌다 밤새 지샌다 수화기 너머로 나를 찾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나를 찾아온 너는 남이 된 나의 친구 이야기를 건넨다

밥과 법 심상율

내게 밥과 법 중 하나만 선택하라 한다면 나는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밥을 고를 것이다 법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헌법은 국가의 기틀을 만들고 민법은 재산을 지키고 형법은 생명을 지킨다 그러나 밥을 주진 않는다 법은 방패이자 검이다 지키며 살아야 하지만 알게 모르게 법을 어긴다 법은 숨 쉬는 것 하나까지 규정을 둔다 그런데 만든이조차 잊어버려 범법으로 숨을 쉰다

흑고니 심상율

런웨이 같아 어두운 복도를 지나 맞이한 스테이지 벽면을 가득 채운 전광판 쉴 틈 없이 쏘아대는 레이저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 온몸을 진동시키는 스피커 어디 한번 즐겨볼까 나는 저 비둘기와는 달라 바닥에 뿌려진 모이처럼 여자 주변으로 모이지 않아 고개만 까딱거리며 어떻게 하면 저 모이를 먹을까 까딱까딱 거리는 저 비둘기와는 달라 나는 마치 이 어둠을 지배하는

그의 홍차 심상율

높으신 분에게 초대를 받아 따뜻한 홍차 잔을 대접받았어 고급 찻잔에 담긴 선홍빛 홍차 역시 드시는 홍차도 급이 다른가 보네 진한 색 깊은 향 역시나 다른 그의 홍차 홍차 홍차 홍차 홍차 홍차 그의 홍차 홍차 홍차 홍차 홍차 홍차 맛을 안 볼 수 없지 이런 맛은 처음이야 급이 다른가 보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겠다 이런 완벽한 홍차는 처음이야 삼키기

가짜의 진짜 심상율

모두 가짜로 시작하는 거지 처음부터 진짜는 없어 처음엔 모두가 가짜야 진짜란 없어 가짜는 가짜인 채로 살아가 남들은 가짜라고 욕을 하지 가짜인데 진짜인 척을 한다고 이때쯤 가짜는 선택해 가짜의 삶을 그만둘지 가짜의 삶을 계속 살지 가짜의 삶을 계속 살아가는 사람은 욕을 들으며 나아가 개 두 개 세 개 가짜의 이름을 달고 살아가 가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

부자가 되고 싶다 심상율

부자가 되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 정말 부자가 되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 통장에 숫자를 세다 잠이 들고 싶다 셀 수 없이 많은 돈을 갖고 싶다 정원에 수영장이 딸린 저택도 필요 없어 왕족이 타고 다녔다는 외제 차도 필요 없어 집 채보다 비싼 고급시계도 필요 없어 지하실에서 몇십 년 묵은 와인도 필요 없어 난 단지 부자가 되어 끝도 없이 날아오는 고지서를

타락 심상율

나는 다른 사람이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소년 만화에 나올 듯한 주인공이었던 내가 아니다 우정 사랑 그게 전부라 생각했지 친구와 함께라면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 애인을 위해서라면 내 몸 부서져도 상관없다 생각했지 10년이면 몸의 세포조차 모두 바뀌어 지금이 그때의 나일까 이제 추상적인 말을 믿지 않아 그런 형체 없는 농락은

엽서 한 장 박일남

엽서 한장만이 그대에인사던가 이 별 하고온지 몇 날이 지나걌나 꿈속 에서도 못잊어 못잊어 서 그렇게 기 다린 인 사가 엽서 한장인가요 속 에서도 못잊어 못잊어 서 그렇게 기 다린 인사가 엽서한장인가요

백수의 무게 심상율

아 귀찮아 시간은 여섯 시 아침 아니고 저녁 슬슬 일어나야지 우선 폰이나 좀 볼까 다 귀찮아 하고 싶은 게 없어 친구를 만나고 싶어 그런데 돈이 없어 나는 돈이 없는데 친구들은 시간이 없어 뭐 시답지 않은 일 하면서 바쁜 척들이야 뭐 달에 이백쯤 번다던데 그런 일을 왜 해 노동의 가치가 없는데 자기 몸만 상하지 집에 아무도 없나 빨리 나가서 뽀글이나 만들어

엽서한장 박일남

엽서한 - 박일남 엽서 장만이 그대의 인사던가 이별 하고 온지 몇 날이 지나갔나 속에서도 못 잊어 못 잊어서 그렇게 기다린 인사가 엽서 인가요 간주중 루루 루루 루루 루루-루 루-루루루 루루루 루루루루 루루-루 루-루루루 속에서도 못 잊어 못 잊어서 그렇게 기다린 인사가 엽서 인가요

엽서 한장 한주일

엽서 장만이 그대의 인사던가 이별 하고 온지 몇 날이 지나갔나 속에서도 못 잊어 못 잊어서 그렇게 기다린 인사가 엽서 인가요 속에서도 못 잊어 못 잊어서 그렇게 기다린 인사가 엽서 인가요

산과팝님 신청곡-김건모

그대가 보내 준 장미 송이 이별의 선물로 장미 송이 너무나 예쁜 장미 송이 너무나 예쁜 장미 송이 하지만 오늘은 예쁘질 않네 하지만 오늘은 예쁘질 않네 장미 장미 송이 장미 장미 송이 송이 장미 꽃병에 꽂고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네 가시가 돋힌 장미 송이 가시가 돋힌 장미 송이 내 마음 내 가슴 콕 찌르네 내 마음

사진 한장 권정화

세월 잊은 조약돌 하나 네 손에서 예쁘다 예뻐 세모 네모 모난 마음 나도 이제 조약돌인데 잔주름은 나이를 세고 머리 위엔 배꽃이 피네 바쁘다 말고 하나만 접자 시간 타령 말고 사랑하며 살자 언젠가 사진 꽃밭에 걸고 갈 사람아 세월 잊은 조약돌 하나 네 손에서 예쁘다 예뻐 세모 네모 모난 마음 나도 이제 조약돌인데 잔주름은

사진한장 권정화

세월 잊은 조약돌 하나~~ 네 손에`서 예쁘다 예뻐 세모 네모 모난 마음 나아~도 이이제 조약돌인데~~~ 잔주름은 나이~를 세고 머리 위엔 배꽃이 피네~~~~~~ 바쁘다 말고 하나만 접자 시간~ 타령 ~말고 사랑하며~~ 살자 언젠가~~ 사진 ~~ 가슴에 묻고~~ 갈 사람아~~~~ ~~~~~~~~~~~~~~~~~~~~~~~~~~~~~~~~~~~~

그 길 심상율

너와 매일 걷던 그 길눈을 감아도 환한 그 길매일 안녕 인사하던그 길에서 너와 마지막안녕을 말했어너와 매일 걷던 그 길이제 네가 없는 그 길더는 가지 못하는 그 길더는 걷지 못하는 그 길내 걸음으로 가지 못하는너의 집으로 가는 그 길너와 내가 걷던 그 길너와 맞춰 걷던 그 길손을 잡고 걷던 그 길그 길에서 너와 마지막걸음을 맞췄어너와 매일 걷던 그 길...

까마귀 심상율

광활한 도로 위끝없이 움직이는 불꽃들의 향연그 옆 고개를 꺾어야만끝이 보이는 빌딩 위에내가 서 있네무엇이 그리 바쁜지무엇이 그리 나쁜지쉼 없이 움직이고쉼 없이 걸어가네그 모습을 매일 난내려보네내려보네내려보네내려보네광활한 하늘 위를유유히 활공하고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자유롭게 날아가네무엇이 그리 바쁜지무엇이 그리 나쁜지쉼 없이 움직이는쉼 없이 아름다운저 ...

끝나지 않는 끝맺음 심상율

끝이 났지만끝나지 않은사랑을 하고 있다끝맺음 당한끝맺음을끝맺지 못하고끝이 없는무한 굴레를 돈다끝나지 않은 사랑은끝도 없이 상기된다잊어버리자는생각조차다시 생각나게 하는끝도 없는외침일 뿐이다끝을 내지 못한사랑의 끝맺음을끝낼 방법은사랑이 끝났다고계속 외치는 것뿐이다끝을 받아들이지 못해끝내지 못한 것이기에끝을 받아들여정말 끝이 났다는끝맺음을 지었을 때끝나지 ...

다가가 심상율

난 사랑에관심이 없었죠내 눈은 어두운밤과 같았죠사랑은 나와상관없다 믿었죠수많은 연인을 봐도별다른 감흥이 없었죠하지만 그대를 본 순간내 눈에 해가 떴죠봄에 꽃이 피듯이여름에 더위가 오듯이가을에 단풍이 들 듯이겨울에 추위가 오듯이난 그대에게 다가갔죠두근거리는 심장을뒤로한 채수많은 말들을생각한 채그대에게 말했죠아름다워요그대 웃었죠난 연애에관심이 없었죠내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