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순이를 못 봤소
부끄럼 많고 어여쁜 미소 짓던
순이를 못 봤소
철없는 것이 비바람 불던 그 밤
인사도 없이 어딘가 가 버렸소
내 동무 순이를 못 봤소
때묻지 않아 수줍은 미소 짓던
그 아일 못 봤소
허약하고 겁 또한 많은 것이
순사들 따라 먼 길을 떠나갔소
꽃이 피는 봄 되면 오겠다고
편지 한 장 써 두고
아파 누운 홀어미 대신하여
먼 길을 떠났다오
순이를 아무도 못 보셨소
뒷동산에 어여삐 핀 꽃 따다가
밤새 만든 꽃 가락지 주려 했소
더러워진 년이라 욕 들을까
겁이 나서 못 오는지
돌아오는 길이나 기억할까
그게 더 걱정이라오
아무도 못 봤소
꽃은 벌써 몇 해를 더 피었소
스물 되면 내 각시 된다 하였소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