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는 성에 가서 부엌 심부름을 했어. 허리춤에 작은 항아리 두 개를 묶어서 남은 음식을 가져왔지.
“하루 종일 힘들게 설거지를 해서 얻은 게 고작 남은 음식 두 항아리라니!”
“작은 항아리 두 개라도 감사하시오. 그나마도 겨우 얻은 일자리잖소.”
공주는 너무 괴롭고 슬펐단다.
어느 날, 임금님이 결혼을 한다고 성 안이 떠들썩했어. 공주는 몰래 구경을 하며 혼잣말을 했어.
“내가 나빴어. 사람들을 그렇게 놀리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그 때, 티티새 수염 임금님이 공주 앞에 나타났어.
“아름다운 아가씨, 저와 함께 춤을 추시겠습니까?”
공주는 깜짝 놀랐어. 창피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서 얼른 도망가려고 서두르다가 그만 허리끈이 뚝 끊어지며 허리에 매단 항아리가 바닥으로 떨어졌지 뭐야.
쨍그랑! 항아리에 들어있던 음식물이 쏟아져 버렸지.
“하하하, 와하하하하.”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큰 소리로 웃었어. 공주는 울면서 뛰어나갔지. 티티새 수염 임금님이 공주를 부르며 따라갔어.
“공주, 난 당신의 남편이오. 그 거지 말이오!”
티티새 수염 임금님의 말에 공주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어.
“그래요, 그 거지가 바로 나요. 그릇을 깬 병사도 나였지. 당신의 버릇을 고치려고 일부러 그랬던 거라오.”
“제가 나빴어요. 전 당신의 부인이 될 수 없어요.”
공주는 울면서 말했어.
“그만 울어요. 오늘은 바로 우리의 결혼식 날이오.”
하녀들이 공주를 데리고 가서 예쁜 옷을 입혀 주었어. 머리에 반짝반짝 빛나는 왕관도 씌어주었지. 결혼식에 온 많은 사람들은 두 사람을 축복 해 주었대. 공주의 아버지도 함께 축하해 주었지. 모두 기뻐했어. 티티새 수염 임금님과 공주는 참 아름다웠거든. 두 사람은 아주 아주 행복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