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발치에서 바라보았지
작아진 내 삶의 도화지
난 아직은 낯이 익은 다짐을 해
지금과 지긋지긋한
기대 끝에 깨끗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다음은 입을 꽉 다문
자아의 가뭄을 느껴
무엇을 하던 드는
몹쓸 생각에 내가 아닌
모습으로 저지르던 모순
기억속에 사는 나를
가늠하는 날은 나름대로
바른 삶을 살아왔었다는
자부심보다는 누군가를 닮은
삶을 따른다는 생각에 막힌 말문
열심히 달렸지만 방향이 달랐지
열심히 올랐지만 이유를 몰랐지
그저 한 발 앞서가고 싶었을 뿐
그저 높이 올라가고 싶었을 뿐
눈을 떠 텁텁한 입 안
물 한 잔 가득 채워 넣고서
구겨진 이불 사이로 몇 번을
뒤척이다 다시 눈을 떠
오늘은 다르겠지
내가 내게 거는 희망과
당연하듯 뒤를 따라오는
실망감 갈등 가득한 내 감정
납득하기 어려워
혼자 고민하다 숙이는 내 고개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가끔은 나도 내가 누군지
나조차도 헷갈려
긴 시간이 아니라도 변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난
한 없이도 달라
누군가가 웃게 되면
누군가는 울게 돼
누군가가 왔다면
또 누군가는 가게 되는
어떤 이의 모습으로
살아갈 진 모르지만
분명한 건 하나
나는 다시 눈을 떠
기억만큼 딱 그만큼
따끔한 눈을 비벼
털어내는 작은 아픔
내 삶 내꿈을 대강
대충 흘려버리며
얼버무릴 순 없어
나 무리수를 둬서라도
지켜야 해 부딪혀야 해
눈을 치켜 뜨고
열정의 불을 지펴두고
살아가야 해 남 부럽지 않게
말라가는 게 난 두렵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