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가 : 흥보 박타는데

오정숙
앨범 : 득음(得音) Vol.1 - 전주대사습 판소리 명창부 장원자 눈대목1

아니리)
그때의 흥보가 박을 한통 딱 따놓고 톱 빌려다 박을 탈제,
진양)
시르렁 실근 톱질이야 에이 여루 톱질이로구나 몹쓸놈의 팔자로구나 원수놈의 가난이로구나 어떤 사람 팔자 좋아 일대영화 부귀허니 이놈의 팔자는 어이 허여 박을 타서 먹고 사느냐 에이 여루 당거 주소 이박을 타거들랑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 밥 한통만 나오너라 평생의 밥이 포한이로구나 시르렁 시르렁 당거 주소 톱질이야 어어어 시르렁 실건 당거주소 톱질이야 여보소 마누라 톱소리를 마저 주소 톱소리를 내가 맞자해도 배가 고파서 못하겟소 배가 정 고프거든 허리띠를 졸라 매고 에이 여루 당거 주소 시르릉 시르릉 시르렁 시르르르렁 실건 시르렁 실건 당거여라 톱질이야 큰자식은 저리 가고 작은 자식은 이리 오너라 우리가 이 박을 타서 박속일랑 끓여먹고 바가지는 부잣집에다가 팔어다가 목숨부명 허여 볼거나 에이 여루 톱질이로구나
중중모리)
실건 실건 당기어라 시르렁 실건 톱질이야 시르렁 실건 시르렁 실건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실근 툭탁
아니리)
박을 탁 타놓으니 박속이 휑 비었거늘, 흥보 기가 막혀 복없는 놈은 계란도 유골이라더니 어떤 놈이 박속은 싹 긁어다 먹고 남의 조상궤 훔쳐다 놓았구나 흥보 마누라 보더니 아이고 영감 저 궤뚜껑 위에 무슨 글씨가 쓰여있소 흥보 보더니 에잉 박흥보씨 개탁이라 거 나보고 열어보란 말인디, 아 그럼 한번 열어 보시오 그럼 한번 열어 볼까 흥보가 궤 두짝을 열고 보니 한 궤에는 쌀이 하나 수북히 들고 또 한궤에는 돈이 하나 가득 들었는디 궤 뚜껑 속에다가 이 쌀은 평생을 두고 꺼내 먹어도 줄지 않는 취지무궁미라 써있으며  또 돈궤에도 이 돈은 백년을 두고 써도 줄지 않는 용지불갈지전이라 허였거늘  흥보가 좋아라고 궤 두짝을 떨어 붓기 시작하는데
휘모리)
흥부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 궤두짝을 떨어붓고 닫쳐놨다 열고보면 도로 하나 그뜩허고 돈과쌀을 떨어붓고 닫쳐놨다 열고보면 도로하나 수북허고 툭툭 떨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도로 하나 그뜩허고 떨어붓고나면 도로수북 떨어붓고 나면 도로 그뜩 아이고 좋아 죽겠다 일년삼백 육십일을 그저 꾸역꾸역 나오느라
아니리)
어찌  부어 놨던지 돈이 일만 구만냥이요 쌀이 일만 구만석이나 되든가 보더라 흥보가 좋아라고 거두절미 하고 돈 한 꾸러미 안고 노는디 이런 가관이 없던 것이었다
중중모리)
흥보가 좋아라 얼씨구나 절씨고 절씨고나 절씨고 돈좋다 돈 봐라 돈 돈 돈 돈좋다 살었네 살었네 박흥보가 살었네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갔다 이제 오느냐 얼씨고나 돈봐라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돈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둥글 둥글 도는 돈 돈돈 돈돈 돈돈돈돈봐라 여봐라 큰자식아 건넌마을 건너가서 너희 백부님을 모셔오너라 경사를 보아도 우리 형제보자 이런 경사가 또있나 엊그저께까지 박흥보가 문전 걸식을 일삼더니 오늘날 부자가 되어 삽숙이를 부러허며 도주공을 내가 부러헐까 불쌍하고 가긍한 사람들 박흥보를 찾아오소 나도 오늘부터 기미를 줄라니 이런 경사가 또 있나 얼씨구 절씨고 좋네 얼씨고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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