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성권(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
판소리: 오정숙(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보유자)
[사설] 동초제 흥보가 : 흥보 박타는데
<아니리> 그때의 흥부가 박을 한통 따다 놓고 톱 빌려다 박을 탈제
<진 양> 시르렁 실근 톱질이야 에이여루 톱질이구나 몹쓸놈의 팔자로다. 웬수놈의 가난이로구나 어떤 사람 팔자 좋아 일대 영화 부귀 헌디 이놈의 팔자는 어이허여 박을 타서 먹고 사느냐 에이여루당겨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 밥 한통만 나오너라 평생의 밥이 포한 이로구나. 시르렁 시르렁 실근 당겨주소 톱질이야 여보소 마누라 톱소리를 맞어주소 톱소리를 내가 맞자해도 배가 고파서 못 맞겠소 배가 정 고프거든 허리띠를 졸라매고 에이루 당거주소 시르르르르, 시르르…렁 시르렁 시르렁 실근 당기어라 톱질이야, 큰자식은 저리가고 작은 자식은 이리 오너라. 우리가 이박을 타서 박속일랑 끊여먹고 바가지는 부자집에가 팔어다가 목숨 보명 허여 볼거나. 에이여루 톱질이로구나.
<휘모리> 시르렁 실근 당기어라. 시르렁 실근 시르렁 실근 실근 실근 툭딱
<아니리> 박을 딱 타놓니 박속이 텡 비었거늘 흥부 기가맥혀 “흥” 복없는 놈은 계란도 유골이라더니 어떤놈이 박속은 싹 긁어다 먹고 남의 조상궤 훔쳐다 넣어 놨구나. 흥부 마누라 보더니 아이고 영감 궤 뚜껑 위에가 무슨 글씨가 씌여 있오. 흥부 보더니 “응” 박흥부씨 개탁이라. 나보고 열어 보라는 말인디 그러면 한번 열어 보시오 그럼 그래 볼까. 한궤를 가만히 열고 보니 쌀이 하나 수북히 들고 또 한궤를 열어 본께 돈이 하나 가득 들었는디 궤뚜껑 속에다가 이 쌀은 평생을 두고 꺼내 먹어도 굳지 않는 취지무궁지마라 씌였으며 또 돈궤에는 이 돈은 백년을 두고 꺼내써도 굳지 않는 용지부갈 지전이라 하였거늘 흥부가 좋아라고 궤 두짝을 떨어붓기 시작을 허는 듸
<휘모리> 흥부가 좋아라고 흥부가 좋아라고 궤두짝을 떨어붓고 닫쳐놨다. 열고 보면 도로하나 그득허고 쌀과 돈을 떨어붓고 닫혀놨다 열고 보면 도로하나 수북허고 툭툭 떨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도로하나 그득허고 떨어붓고 나면 도로수북 떨어붓고 나면 도로 그득 아이고 좋아 죽겠다. 일년 삼백 육십일을 그저 꾸역꾸역 나오너라
<아니리> 어찌 떨어 부었던지 쌀이 일만구만섬이요. 돈이 일만구만냥이나 되던가 보더라. 흥부가 좋아라고 돈 한 궤미를 가지고 노는디 이런 가관이 없던 것이였다.
<중중모리> 흥부가 좋아라 돈을 들고 노는듸. 얼씨구나 절씨구 절씨구나 좋을시구 돈 좋다 돈 봐라 돈돈돈돈좋다 살었네 살었네 박흥부가 살었네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갔다 이제 오는냐 얼씨구나 돈봐라 못난 사람도 잘난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돈 생살 지권을 가진돈 부귀공명이 붙은돈 맹상군의 술래 바퀴 같이 둥글둥글 도는돈. 돈돈 돈돈 돈돈 돈돈돈 돈봐라. 여보아라 큰자식아 건너마을 건너가서 너의 백부님을 모셔 오너라 경사를 보아도 우리 형제보자 이런 경사가 또 있느냐 어그저께까지 박흥부가 문전걸식을 일삼터니 오늘날 부자가 되여 석숭위를 부러허며 도주공을 내가 부러헐까 불쌍허고 가긍헌 사람들 박흥부를 찾아오소 나도 오늘부터 기미를 줄라네 이런 경사가 있나, 얼씨구 절씨구나 좋네 얼씨구 좋을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