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씨부인 산후별증 앓는데

김수연

(아니리)
빌기를 다한 후에 더운 국밥 다시 떠다 산모를 먹인 후에 여보 마누라 일어나 이 애 젖 좀 먹여 주시오 그 때의 곽씨 부인은 산후 손대없이 찬물에 빨래를 하였으니 뜻밖에 산후별증이 일어나는디 전신을 꼼짝달싹 못하고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다리야 사대삭신 육천 마디 아니 아픔 데가 전혀 없네” 곽씨 부인 아무리 허여도 살 길이 전혀 없는지라
(진양조)
가군의 손길 잡고 유언허고 죽드니라 “아이고 여보 가장님 내 평생 먹은 마음 앞 못 보는 가장님을 해로백년 봉양타가 불행망세 당하오면 초종장사 마친 후에 뒤를 쫓아 죽자터니 천명이 이뿐인지 인연이 끊쳤는지 하릴없이 죽게 되니 눈을 어이 감고 가며 앞 어둔 우리 가장 헌 옷 뉘라 지어주며 조석공대 뉘라 허리 사고무친 혈혈단신 의탁할 곳 바이없어 집팽막대 흩어집고 더듬더듬 다니시다 구렁에도 떨어지고 돌의 체여 넘어져서 신세 자탄 우는 모양 내 눈으로 본 듯 허고 기한을 이기여 가가문전 다니시며 밥 좀 주오 슬픈 소리 쟁쟁 들리난 듯 나 죽은 혼백인들 차마 어찌 듣고 보리 병산대찰 신공 들여 사십 후에 낳은 자식 젖 한 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모르고 죽단 말이 웬 말이요 이 일 저 일을 생각허니 멀고 먼 황천길을 눈물겨워 어이 가며 앞이 막혀 어이 가리 여보시오 가장님 뒷마을 귀덕어미 정친하게 지냈으니 이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허면 괄세 아니 허오리다 이 자식이 죽지 않고 제 발로 걸커들랑 앞을 세워 길을 물어 내 묘 앞을 찾아와 이겨 아가 이 무덤이 너의 모친 분묘로다 가르쳐 모녀 상면을 허여 주오 헐 말은 무궁허나 숨이 가퍼 못 허것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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