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흥보 마누래가 조바심에 밖을 나와 보니 건너 산 비탈길에 작대 짚고 쩔뚝쩔뚝 오는 것이 저 그 영감이 분명커늘 우루루루 뛰어나가 “아이고 여보 영감 몸에 뭣 좀 들렸소? 어찌 그렇게 허리는 비비꼬요. 날 건드리지 말어 아니 또 맞았소 또 맞어 그런 것이 아니라 형님 댁을 건너갔더니 형님 양주군이 어찌 반기 하시며 나를 나무래시되 그려 설령 늙어가는 형이 좀 나무했기로서니 처자식 데리고 나간 후 수년동안 아니다고 하면서 전곡을 많이 주시기에 내 그 놈을 몽뚱 그려 짊어지고 오다가 아 요 놈의 강정모퉁이에서 도적놈을 만나 쏵 뺏겨 버리고 거기다 뺨에서 쥐가 나도록 실컷 맞고 왔네 그려”
창조
흥보 마누래가 이 말을 듣고 기가 맥혀 힘없이 물그러미 바라보더니
중모리
그런 대도 내가 알고저런 대도 내가 아요 가빈에는사현처요국난에는 사양상이라 내가 얼마나 우둔허면 중한 가장 못 먹이고 어린 자식들 벗기것오 차라리 내가죽을라요 밖으로 우루루루루 뛰어나가 석가래에 목을 매고 죽기로만 작정을 허니 흥보가 달려들어 아이고 여보 마누라 그대가 죽고 내가 살면 어린 자식들은 어이 할거나 차라리 내가 죽을라네 둘이 서로 부여잡고 퍼버리고 앉어 울음을 우니 자식들도 모두 설히 운다
아니리
이리 한참 흥보 집안이 초상난 집 마냥 되었을 적에 그 때 홍보 살불 중 하나가 나려 오는듸
엇모리
중 나려온다 중 하나 나려온다 저 중의 거동을 보소 허디 헌중 다 떨어진 송낙 요리송치고 저리송치고 호움뻑 눌러 쓰고 노닥노닥 지은 장삼 실띠를 띠고 염주 목에 걸고 단주 팔에 걸어 소상반죽 열 두 마디 용두새긴 육환장 저고리 많이 달아 처절철 뚝딱 짖고 흔들흐늘 거리고 나려오며 염불허고 나려온다. 아아아아아 어허어어어 흐으 흐으흐으 으흐으아아아아 아아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향내소수 공덕해요 회향삼천 실원만 봉위 주상전하 수만세요 왕비전하 수제년 세자 전하 수천주 국태민안 범륜전 나무아미타불 흥보문전을 당도허여 개 커컹컹 짖고 나면 이 댁에 동냥 왔소 흥보가 깜짝 놀래 여보 마누라 우지 마오 밖에 중이 왔으니 우지를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