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배달나라 광영이여

정태춘


옛날, 옛날 그 춥고 어둔 땅에
어느 하루 북소리처럼 하늘이 열리고
열린 하늘 아래 눈부신 그 햇살이 천지사방에, 온갖 사물에,
이름과 뜻을 지어주던 어느날
천리 벌판을 바라보며 누운 산
그 신비의 등성이 이슬을 헤치고
묵직한 발자욱들을 거기 찍으며 홀연히 나타나 외치는 사람들
여기여 여기, 여기여 여기, 그 분이 말씀하신 곳이네
가서 나라를 세우라, 가서 나라를 세우라,
그 이가 지켜주실 곳이네
어, 불함에 봄이 오니 그 꽃이 만홍이라
어허, 배달나라 광영이여
어화둥, 어화둥, 이 기름진 따은 우리 살같이
어화둥, 어화둥, 저 강물일랑 우리 피 같이
금수초목의 섭리도 햇살같이 귀해라 땅 일구고 씨앗 뿌려라

그 이들은 그 분의 모든 뜻대로, 또한 그들 자신과 그 무리의 뜻대로
맷돌처럼 짝짓고 칡넝클처럼 뻗어나가 거친 역사를 다듬기 시작했네
이웃은 벗이요, 또한 무서운 적이라 때론 전투와 화친의 맹세도 했네
변방 마을 아이들 맑게 웃는 시절도, 서울 궁성하늘 불타는 밤도 있었네
싸워라 싸워, 싸워라 싸워, 그 분이 말씀하신 뜻이네
가서 나라를 지켜라, 가서 나라를 지켜라, 그이가 함께하는 땅이네
어, 불함에 봄이 오니 그 꽃이 만홍이라
어허, 배달나라 광영이여
어화둥, 어화둥, 이 기름진 땅은 우리 살같이
어화둥, 어화둥, 저 강물일랑 우리 피같이
새벽 이슬로 내리는 평화로운 승리여, 뜻 세우고 강토지켜라

매무새 곱고 총명한 아낙네들 꽃처럼 티 없는 자손을 낳고
당당하고 생각 깊은 사내들 그 지혜와 부지런함으로 그들을 가르쳤네
그러나 세월속에 기상은 죽고 예속과 분단의 아픔도 맛 보았네
땅은 갈리고 형제는 헤어져 고통과 슬픔으로 들은 목소리 있네
떨쳐라 떨쳐, 모든 굴레를 떨쳐 버려라 그 분이 말씀하신 뜻이네
이제 너희를 찾아라, 다시 자신을 찾아라 그이가 기다리는 때이네
어, 불함에 봄이 오니 그 꽃이 만홍이라
어허, 배달나라 광영이여
어화둥, 어화둥, 이 기름진 땅은 우리 살같이
어화둥, 어화둥, 저 강물일랑 우리 피같이
꿇린 무릎을 세우고 다시 서는 형제여, 여기는 우리 아버지의 땅
아버지의 땅, 아버지의 땅, 여기는 우리 아버지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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