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알파카 낭독 1/2

골든두들(goldendoodle)


비행기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든가, 라이트 형제라든가, 린드버그라든가, 항공사 사장이 하는 얘기를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 일단, 그렇게 커다란 물체가 하늘을 난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모양이 수상하다. 후랑크 소시지처럼 길쭉한 물건에다 펄럭이지도 않는 날개를 붙여놓고, 그것도 모자라서 제트 엔진이라느니, 랜딩 기어라느니, 레이더, 자동항법장치 따위 여러 가지 거짓말을 잔뜩 갖다 붙여놓은 다음에 친절하고 아름답고 멋진 승무원들이 나와서 미소를 지으며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나에게는 어설픈 속임수로 보일 뿐이다.

배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쇠는 물보다 무겁지 않은가.

아, 물론 나도 부력이라든가, 양력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뭔지는 알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비행기는 날아가니까 내가 타는 비행기도 날아가고 있을 것이고 배는 뜨니까 내가 타는 배도 바다 위에 떠 있을 것이라고 모두들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행기는 종종 떨어지곤 한다. 사람들이 잊을만하면 다시 경고하듯이. 그리고 배가 가라앉았다는 사실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사진이 올라왔다. 알파카 님이 서울특별시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있습니다. 모가지가 길어 귀여운 짐승이여. 털이 복슬복슬한 너는 무척 따뜻한 족속인가보다. 알파카. 내 삶의 빛, 내 안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 알-파-카-: 혀의 겨드랑이를 스치는 공기, 입술이 떨어지면서 터져 나오는 물결, 여린입천장을 부드럽게 간지럼 태우는 설근. 알. 파. 카.

알파카는 주로 페루나 볼리비아에 있지만 요즘 세상에는 어디에나 있는 것 같다. 어린이대공원의 알파카는 호주에서 왔다고 한다. 그리고 알파카는 혼자 있으면 살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둘 이상 같이 지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이대공원의 알파카도 한 쌍이다. 이름은 마추와 픽추.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왔다. 알파카 님이 페루의 산 바르톨로 해변에 있습니다. 알파카는 서핑을 하고 있었다. 아니, 뭐라고? 그렇다. 한 남자와 함께 노란 서프보드를 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서핑을 한다기 보다는 서핑 훈련을 받고 있는 거였는데, 어쩐지 즐긴다기 보다는 겁에 질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서프보드 앞쪽에는 알파카가 서 있고, 아 물론 네 발로 서 있고, 뒤쪽에는 남자가 서서, 아 물론 두 발로 서서, 파도가 밀려오면 알파카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바다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털이 물에 폭삭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은 모습이 어쩐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이 남자는 아이들에게 서핑을 가르치는 사람인데,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인지 강아지에게도 서핑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전 세계에 꽤 많은 모양인지 매년 국제 강아지 서핑 대회가 열리는데, 호주에서 열렸던 한 대회에서 이 남자는 캥거루와 코알라가 서핑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실 남자도 강아지 외에 앵무새, 햄스터, 고양이와 함께 서핑을 해 본 적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호주 사람이 캥거루, 코알라와 함께 서핑을 하는 모습은 그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페루 사람이라면 당연히 페루를 대표하는 동물인 알파카와 함께 서핑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 나는 생각했다 ?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은 무엇일까. 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는 호돌이고, 호돌이는 호랑이니까, 역시 호랑이겠지. 그렇지만 호랑이와 함께 서핑을 한다는 것은, 뭐랄까, 호돌이가 요트에 타는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호랑이를 데려와서 서프보드 위에 올라간다고 해도, 뒤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긴장되겠는가.

지도를 본다. 이 땅에 산이 이렇게 많은데 호랑이가 하나도 없다니. 여기서 호랑이가 살 수 있는 곳이 고작 동물원 정도라는 것은, 뭔가 안타까운 느낌이었다. 우리에 갇힌 호랑이도 불쌍하지만 호랑이 우리 근처에 사는 동물들도 참 긴장되겠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산에 호랑이를 풀어 놓는다면 난리가 나겠지. 사람도 호랑이도 불쌍해질 게 뻔하다.

우리나라의 지도는 토끼처럼 생겼어요, 라고 말했다가 크게 혼난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의 일이었다. 그것은 일제 시대에 우리나라의 기를 꺾기 위해서 일부러 지어내 퍼뜨린 말이라고, 원래 우리나라의 지도는 호랑이를 닮았다고, 자, 이 그림을 똑똑히 보아라. 나는 똑똑히 보았다. 호랑이 한 마리가 대한민국 전도 모양의 틀 안에 억지로 구겨져 들어가 있는 모습을. 지금 다시 그림을 찾아서 보아도 그 호랑이는 참 불쌍해 보인다.

산 바르톨로 해변으로 가는 길을 찾아본다. 서울에서 엘에이로 간 다음, 거기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리마까지, 스물네 시간.

산 호세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 떠나온 지 너무 오래됐나봐요
잘못하면 길을 잃을 지도 몰라요
산 호세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산 호세에 돌아가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겠어요

엘에이는 크고 넓은 고속도로 같아요
일단 백 달러를 내고 차를 사는 거죠
몇 주일만 지나면 스타가 될 테니까요
한 주 한 주 지나다보면 몇 년이 되죠
아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그리고 아직 스타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차를 세우고 기름을 넣고 있죠

산 호세에 가면 마음 편히 숨을 쉴 수 있어요
거기는 넓고 자리도 많아요
그 안에 내가 쉴 수 있는 곳도 있겠죠
나는 산 호세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산 호세에 돌아가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겠어요
인기와 돈은 자석과도 같아요
사람을 집에서 멀리 밀어내니까요
마음속에 꿈이 있다면 혼자는 아니에요
하지만 꿈은 먼지가 되어 날아가 버리죠
그리고 친구라고는 하나도 없이 혼자가 되어
차에 짐을 싣고 떠나는 거죠

산 호세에는 친구가 많이 있어요
산 호세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이라도 당장 산 호세로 가고 싶네요

호주에 갔다 왔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서 호주 버튼을 누르니 금방이었다. 문이 열리고 내가 내린 곳은 동물원이었다. 분위기는 황량했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는데, 우리 안에는 동물도 없었다. 나는 알파카라고 적혀 있는 팻말 앞에서 어설픈 영어로 관리인에게 물어보았다.

“웨어 이즈 알파카? 알-파-카-. 알. 파. 카.”

하지만 관리인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나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막막한 기분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알파카를 보지 못한다면 기껏 호주까지 온 의미가 없다. 게다가 이제 보니 여기는 겨울이었고 바람이 차가웠다. 하늘은 어두컴컴했고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엘리베이터가 있던 자리로 향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곳의 알파카는 모두 다른 나라로 가버린 것일까. 그렇다면 호주는 그저 잠시 거쳐가는 곳인 걸까. 그냥 어린이대공원에 갈 걸 그랬나. 아니면 처음부터 페루나 볼리비아로 갈 걸 그랬나. 하지만 아까 탔던 엘리베이터에는 페루 버튼이나 볼리비아 버튼은 없었던 것 같았다. 잠깐. 한국 버튼은 있었던가?

허겁지겁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버튼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K 자리에도, R 자리에도, S 자리에도 한국은 없었다. 난감한 기분이었다. 어떻게 돌아가야 하나. 이제 보니 페루 버튼과 볼리비아 버튼은 있는데 둘 중에 아무데나 가 볼까. 하지만 일단 집에 가서 두꺼운 옷을 챙겨와야 할 것 같았다. 페루나 볼리비아로 갔는데 여기보다도 추우면 정말 큰일 아닌가.

그러다가 제일 마지막 자리에 있는 음성 인식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라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냥 코리아라고 하면 북한으로 가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라고 하는 것보다는 사우스 코리아라고 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정말 확실하게 하려면 서울 코리아라고 하면 된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나는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잘못되면 큰일이니 몇 번 발음 연습을 하고나서, 크게 한숨을 쉰 다음에, 음성인식 버튼을 눌렀다. 도동, 하는 소리가 나고, 이게 시리인지 오케이 구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로 정확히 발음하면 알아듣겠지. 나는 억양과 강세, 그리고 특히 R 발음에 신경 쓰면서 최대한 네이티브처럼 들리도록 말했다.

“쎄울, 꼬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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