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끝에 물기

이규호

장미꽃 한송이에 조그만 메모질 끼워
별 다른 얘긴 않고 장미꽃만 건네면
어쩌면 받을지도
이런 저런 생각에 걸어 지하철역까지
하마터면 무심코 지나칠뻔 했다가
다행히 제대로 찾아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우연히 지하철에서
서둘러 나온걸까
머리끝엔 물기가 채 마르지도 않았어

처음보는 얼굴인데 난 숨이 막힐 것 같아
열차는 이미 떠나가고 그녀의 샴푸 향기만
모두 떠나가고 텅빈 지하철역엔
다음 열차시간 안내 방송만 메아리치네

내일이 오면 왠지 늦을 것만 같아
다신 못 만날것 같아 기횐 한번 뿐

처음 본건데, 처음 본건데
모처럼 본건데, 모처럼 본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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