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바이올린

윤설하

내 마음을 울리던 그대의 바이올린
주인 없는 빈방에 혼자 놓여있네

이젠 그대가 부르던 슬픈 노래들은
누가 들려줄까 누가 들려줄까

꿈이 높은 사람들의 도시를 떠나
빈 들녘의 제비꽃이 되고 싶다면

욕심 없는 착한 눈을 글썽거리던
그대 지금 어디에 그대 지금 어디에

밤이 내린 거리를 쓸쓸히 걷다가
그대의 맑은 웃음이 문득 떠올라

조그만 그 카페를 찾아갔지만
그대는 없었네 그대는 없었네

침묵의 강에 떠있는 낡은 바이올린
어느 날의 닫혀있는 가슴을 열까

아흔아홉 어두운 굽이 어디쯤에서
다시 눈을 뜰까 다시 눈을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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