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

산울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소

걷고 또 걷다 눈 내릴 제면 말없이 돌아와 거기에 섰소

아무 소리 없이 눈이 쌓이고 차가운 바람 부딪쳐 오면

가슴속 응어리 돌같이 되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소

눈길 위에 기다리다가 나 추워지면 돌아가리다

못내 쓸쓸함은 모두 내 탓이오 등불 없어도 이 배는 가고

단지 길이 길고 외로울 뿐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소

백합 향기에 보라색 나비 내 머리 위에 날고 있소

짙은 향기에 취한 나는 그 날개 속에 꿈을 꾸었소

깰 수 없는 깊은 잠에 들었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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