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거리의 시인들

또 고장 났네 벌써 몇 번째
이건 도대체 여자도 아닌데
있어도 못살고 없어도 못사는
우리 집 컴퓨터는 애물단지

(현태)
솔직히 말해 난 컴퓨터에 대해 잘 몰라
내가 윈도우가 뭐냐 물어보면 사람들은 다 놀라
그래서 키보드에 손만 올려도 속으로 나 겁나
pc방에 따라가면 난 스타크래프트도 못해
왕따 얼마 전에 큰맘먹고 나도 컴퓨터 하나 샀다
근데 용산가서 둘러봐도 뭐가뭔지 몰라
리키형이 보더니
"니껀 너무 느려 업그레이드나 해라"
치사하고 더러워서 더 이상은 못해먹겠다
단순하게 사는놈은 자존심도 없냐
이놈이ㅡ 컴퓨터 때문에 서러워서 못살겠다
에이 치사빤스 쾌쾌쾌!!짱나!!
바꿀려구 내놨더니 껌값도 안된다!!
여자친군 나를 보고 "오빤 이메일도 없냐??"
하여간에 요즘세상 마음에 안든다
좋은 시절 로맨스는 다 어디로 갔냐?
그 옛날이 그립구나 보고싶다 "엄마!!"

또 고장 났네 벌써 몇 번째
이건 도대체 여자도 아닌데
있어도 못살고 없어도 못사는
우리 집 컴퓨터는 애물단지

(신교)
누가 날 보고 그러는데 나더러 신교 바이러스래
왜냐하면 내가 만지면 기계가 이상해진데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다 고장이 난대네?
아 내가 안그랬다니까 그래도 내 말 아무도 안믿네?
이번에도 날 의심스런 눈으로 쳐다보네?
"왜?" 분명히 난 앉아서 게임만 할려구 그랬는데 얼래?
화면이 파래지면서 치명적인 오류가 뜨네?
난 잘못한 거 없어 근데 짜증내면 곤란해
그러니까 진작부터 정품 사지 왜그래?
인터넷 들어가서 물어보면 돼 안돼?
안 그러면 다 지워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깔면 돼
그래도 안되면 부셔버리고 새거 사는게 어때?
사는게 다 그런 거지 힘내!
어라? 어라? 어라? 근데 왜 날 노려보지 왜?
화내지마 나중에 돈 벌면 하나 사줄게- - 하나 사줄게- - 하나 사줄게- -

또 고장 났네 벌써 몇 번째
이건 도대체 여자도 아닌데
있어도 못살고 없어도 못사는
우리 집 컴퓨터는 애물단지

(리키-음성변조)
내가 처음 컴퓨터를 만난건 12살때였어요
그때는 참 모든게 재미있고 신기하기만 했어요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서 간단한 프로그램도 만들고
이걸 가지고 세상을 바꾸자는 생각도 했어요
근데 언제부턴가 이게 컨트롤이 잘 안 돼더라구요
아이비엠, 멕켄토시 뭘 써봐도 소용이 없구요
아무리 비싼걸 사봐도 만족을 못하겠구요
툭하면 고장나고 맨날 속만 썩이더라구요
사실 지금 이 노래도 컴퓨터로 만든 건데요
녹음할 때 프로그램이 에러 나서 엄청 애 먹었어요
끊어볼까? 끊어볼까? 하고 마음 먹어봐도
이미 몸과 마음이 중독된 난 너무 늦어 버린거 같아요
가끔씩 악보그리는 걸 배워볼까도
하지만 역시 난 컴퓨터 없인 작곡도 못하는 놈인가봐요
원래는 내가 그럴라구 그런게 아니었는데요
내가 잘못했어요 한번만 도와주세요

또 고장 났네 벌써 몇 번째
이건 도대체 여자도 아닌데
있어도 못살고 없어도 못사는
우리 집 컴퓨터는 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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